여야 모두 큰 폭의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오는 6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역대 최대의 인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 태도를 고수해온 새누리당의 변화가 주목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전날 강연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점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이란 정책 방향의 전환이 디플레이션 대응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당정은 물론이고 여야 간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조만간 협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여기서 도출된 인상안을 가지고 야당과도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의 이같은 정책 기조 전환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면서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여당과 최 부총리의 방침을 환영하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논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구체적인 인상 폭을 당론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표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해 최대 40% 안팎의 단계적 인상을 사실상 당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물가 상승률을 추가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최소한 전체노동자 평균 급여의 50% 이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시급 558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7000~8000 원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야당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문 대표의 개정안을 여당이 수용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여권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도 올해 인상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게 확실시된다.
지난해 6월 결정된 최고임금 인상률은 7.1%로 전년의 7.2%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2%대 인상률을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해 크게 오른 것이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줄기차게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이와 함께 여야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일명 생활임금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도 최저임금의 역대 최대폭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생활임금제란 저소득 근로자의 주거·교육·문화비와 물가 수준 등을 종합 고려해 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임금 수준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경제 대국들은 이미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올해 연두 국정연설의 키워드 중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해 주목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