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과잉금지원칙 위배냐,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냐.”
위헌 논란에 시달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5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최종 운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영란법이 헌소 대상에 해당하느냐를 둘러싼 논쟁도 일었다. 노명선·이상돈 교수는 이는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받은 구체적인 개별사건이 없는 ‘추상적 규범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소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헌소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위헌으로 본 법률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해서 법 전체가 위헌은 아니라는 헌재의 일관된 해석 때문이다.
논란이 된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국고지원 등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입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특히 법률전문가들은 △부정청탁 개념의 모호성 △금품수수에 대한 명확성 및 구체성 결여 등으로 사법권의 재량이 커져 향후 사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이 조속히 시행령 제정 등 하위법령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란법, 적용범위 지나치게 넓어”
박찬종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와 관련해 “애초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은 공직자, 즉 국회의원과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의 부정청탁 방지에 있었는데, 심의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으로 확대됐다”며 “처벌법의 경우 잠재적 대상이 많으면 실효성이 없고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적용대상으로 한 것은 사적자치에 대한 과잉”이라며 “국가가 부당하게 개입할 수는 없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언론인은 과잉입법, 사립학교 교원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입법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KBS나 MBC 소속 언론인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인을 공무원과 같은 처벌을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한 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이미 공무원 조항을 적용받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김영란법을 위반한 언론인과 공무원을 달리 처벌한다든지, 법 적용을 다르게 해야 한다”며 시행령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박애란 변호사는 “언론을 통한 정보밖에 없지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입법 취지가 정당한 만큼 위헌성은 없다”고 말했다.
◆헌재 대상 여부 놓고 의견 ‘분분’
부정청탁 모호성과 관련해선 박 변호사와 이 교수 등이 “판례를 통해 확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사건의 경우 판례가 만들어진 이후 입법권 등을 가진 정치권의 운용에 달렸다는 얘기다.
특히 박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남용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정치권이 송곳 같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김영란법’의 헌소 대상 여부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김영란법의 개별 사건이 없는 상황이 아니냐.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 검찰이 기소하면,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헌소를 청구해야지”라며 “잠재적인 처벌 대상자가 헌소 청구를 할 수 있느냐. 헌소 대상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교수도 “원칙적으로 개별적·구체적이 아닌 추상적 규범통제는 헌소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해석으로 보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에 의해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가 임박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란법의 경우 1년6개월 후 시행되기 때문에 공권력 침해의 긴급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덧붙였다.
장진영·박애란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헌소 대상”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하는 것은 법령 헌법소원으로, 법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 헌소를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헌 판결은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더라고 헌소를 청구할 수 있다”며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