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낙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가뜩이나 지난 2일 발표된 수출,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 경기 지표들도 상황이 좋지 않은 마당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마저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자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시장이 저물가 장기화로 인해 동반 침체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3개월 연속 0%대 물가가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가하락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유가하락, 농산물 가격 안정 등에 따른 하락요인”이라며 “근원물가는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예년과 유사한 수준이고 2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2.6%인 점을 내세우면서 향후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도 “현재 국내 경기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며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지표가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저물가 원인으로 유가 하락을 명분으로 세우는 것은 정부가 현재 물가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저물가 기조는 유가 하락 이전에 시작됐는데 소비위축과 경기 전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특히 정부가 기업활동 활성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더딘 이유도 저물가 장기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월에는 설 수요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소비심리가 그만큼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가계부채는 늘어나 소비 여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20년 경기침체가 이어졌다”며 “우리나라도 가계 부채가 많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소비 여력이 없어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