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한국거래소가 이르면 연내 지주체제로 전환하고,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견조한 실적, 높은 배당성향을 감안할 때 흥행은 이미 예고돼 있다. 여기에 시가총액만 20조원 이상인 주요 증권주가 거래소 지분을 쥐고 있어 IPO가 미칠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24일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우리 거래소도 선진국처럼 IPO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1월 말 공공기관 해제를 계기로 커졌다"며 "최경수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 전까지 마무리하려면 연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 세계 거래소 가운데 시총 3위인 일본거래소(JPX)도 지주사다. 일본거래소는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 청산·관리기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자회사 간 경쟁을 유도해 시장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IPO를 추진했을 때에는 자본조달 필요성이 적어 구주매출만을 유력하게 고려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원점에서 다시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한 내부검토 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심화될 해외 거래소와 경쟁을 감안하면 신주발행으로 자본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거래소가 내부적으로 IPO안을 구체화하면 이를 가지고 다시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련당국과도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애초 거래소는 2008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전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을 주관사로 IPO를 추진했었다. 당시 금융위가 지주체제 전환에 동의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우리사주 배분 방식을 비롯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발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우리 거래소도 선진국처럼 지주로 변화할 시기가 왔다"며 "자회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시장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도 IPO를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 시장성 없던 거래소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게 돼 자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40여개 증권사와 선물사가 보유한 거래소 지분은 약 95%에 이른다.
다만 당국은 아직 거래소 IPO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명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현재 거래소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거래소는 정부와 함께 모험자본 활성화 같은 현안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홍보실 관계자도 "지금은 침체된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본시장이 모험자본의 조달창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때"라며 "현재 거래소의 기업가치도 극대화 돼 있다고 볼 수 없어 연내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