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인들이 베이징(北京) 오리구이, 톈진(天津) 만두와 함께 꼽는 중국 3대 지방 먹거리가 있다. 바로 ‘란저우 라몐(蘭州拉面)’이다. 청 나라 때 후이족(回族)인 마바오쯔(馬保子)가 만든 라몐이 오늘날 란저우 라몐의 원조라고 전해진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그 냄새를 맡으면 말에서 내리고 그 맛을 알면 차를 세운다’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 10년간 란저우 라몐이 1억여 그릇 팔렸으며, 그릇을 줄 세우면 지구 여섯 바퀴를 돌고도 남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란저우를 중국 누들로드의 중심이라고만 여기면 큰 오산이다.
간쑤(甘肅)성 성도 란저우는 지도를 펼쳐 놓았을 때 중국 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해있어 ‘육도(陸都)의 심장’이라 불린다. 예로부터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던 란저우는 오늘날 중국 인민해방군의 7개 군구 중 하나인 란저우군구가 소재한 곳이다.
란저우란 이름은 남부에 위치한 가오란산(皐蘭山)에서 따 왔다. 가오란은 고대 몽골어로 ‘강’이란 뜻이다. 가오란산은 산 아래로 황허가 흐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나라 때 란저우는 금성(金城)이라 불리기도 했다.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란저우는 고대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란저우에서 둔황(敦煌)을 잇는 하서주랑(河西走廊)이 시작됐다. 하서주랑은 '황하의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복도’라는 뜻으로 중국 대륙에서 서역으로 나가는 주요 교역로였다. 란저우는 중국인과 아시아, 중동, 유럽의 사람들이 모여 왕래하던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이용되면서 교통이 발달했다.
해상교통 발달과 함께 몰락한 란저우가 다시금 빛을 본 것은 신중국 출범과 함께 서북부 지역의 최대 중화학 공업중심지로 발전하면서부터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은 미국 소련의 군사공격에 대비해 공업기지를 란저우를 비롯한 중국 내륙에 배치했다. 란저우는 풍부한 천연자원에 힘입어 서북 지역최대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정유·화학비료·합성고무·기계·자동차·알루미늄 등 중화학공업 공장이 빼곡히 들어차고, 미사일공장·원자력센터 등도 건설되었다.
2000년 들어 시작된 서부대개발 정책과 함께 란저우 경제는 더욱 발전했다. 2012년 란저우에는 서북 지역 최초로 국가급 개발특구가 들어섰다.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신구, 텐진 빈하이(濱海)신구, 충칭(重慶) 량장(兩江)신구,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군도 신구에 이은 다섯 번째다.
면적 806㎢로 서울시 면적의 약 1.3배 규모인 란저우신구 개발은 석유화학·신소재·바이오 등 신성장산업 위주로 집중 투자되고 있다. 란저우신구는 올해까지 500억 위안, 2030년 2700억 위안(약 47조6000억원)의 경제규모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 개통된 란저우와 신장(新疆)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잇는 란신(蘭新) 고속철은 란저우 경제 발전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란저우는 현재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경제권 발전 전략인 ‘이다이이루(一帶一路) 정책’에 발맞춰 중국 당국에 자유무역구 설립도 신청한 상태다. 란저우는 상하이, 톈진·광둥·푸젠에 이은 ‘자유무역구 3.0 시대’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란저우 경제 발전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켰다. 황토고원의 먼지까지 더해져 란저우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상태다. 난초마을이라는 도시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이에 란저우는 최근 환경보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간쑤성 2014~2020년 환경보호산업 발전계획'에 따르면 올해 간쑤성은 환경보호산업 생산액을 500억 위안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란저우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올해에만 지리(吉利)자동차 친환경자동차 공장, 진촨(金川)과기의 신에너지배터리 공장을 란저우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간쑤성은 이를 통해 내년까지 친환경차 보유대수를 55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녹화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란저우는 올해에도 12만무(畝, 1무=666.7㎡) 규모의 방대한 녹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