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지난 21일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씨의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3김(金) 시대’의 한 축을 이뤘던 김 전 총리는 조문온 정치인들에게 이른바 '맞춤형 조언'를 통해 노련한 조문 정치를 보여줬다.
김 전 총리는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5년 대통령 단임제를 하지만, 5년 동안 뭘 하느냐. 시간이 모자란다”며 “대처(Margaret Thatcher, 전 영국 총리)가 영국에서 데모하고 파업하는 것을 12년 (재임)하고 고쳤다”고 말했다. 이어 “5년을 지탱하는 것, 별 대과 없이 지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 전 대통령에게)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자리에서도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책임제 해서는 큰일을 못 한다”며 “내각책임제를 잘하면 17년도 할 수 있고 그러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박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며 “정상이 외롭고 괴롭고 고독한 자리인데 잘 좀 도와드리십시오”라고 당부하며 “도와드리면 반대 급부가 있을 거요”라고 첨언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황우여 교육부총리 등 여권 핵심인사들과 이어진 면담에서도 “박 대통령이 힘든 때니 잘 보필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를 찾은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김 전 총리는 “대통령이란 자리는 외로운 자리”라며 “(김 실장이) 퇴임하더라도 가끔 찾아뵙고 외롭지 않게 해달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자주민주연합에서 함께 정치 생활을 하며 김 전 총리와 인연을 맺은 이완구 국무총리에게는 “(박 대통령께)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건의하라고 했다”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 정우택 국회정무위원장,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 등이 다녀갔다. 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도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이와 함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는 이번 조문에서 김 전 총리에게 과거 선거 때 고인과 함께 다니기도 했다며 고인의 몫까지 오래 사시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사촌 처남·매형 사이가 되는 김 전 총리는 빈소를 찾은 박 회장이 “집사람이 쌍둥이를 임신해 배가 산만해 빈소에 함께 오지 못했다”고 하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계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