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회사의 판매 압박에 못 이겨 '덤핑판매'나 '가상판매'에 내몰린 영업사원에게 변칙판매를 통한 손실까지 물어내도록 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2부(김기정 부장판사)는 크라운제과가 전 영업사원 임모씨와 그의 신원보증인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7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회사는 시스템 상 정해진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 경우 판매가를 입력할 수 없도록 했다. 때문에 덤핑판매를 한 영업사원들은 시스템에는 정상가격에 판 것처럼 입력하고 실제 판매대금과의 차액은 미수금으로 처리해왔다.
사측은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덤핑판매를 묵인하는 대신 미수금을 갚겠다는 취지의 각서만 받아왔다. 하지만 사측은 돌연 임씨가 미수금만큼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크라운제과의 이런 '갑질'을 용인하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검찰도 지난해 2월 업무상 횡령으로 볼 수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씨가 미수금을 횡령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덤핑판매로 발생한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덤핑을 하지 않는다는 회사 내부 규정이나 임씨가 입사 당시 썼던 이행각서가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회사에서 덤핑을 금지하고 있고 임씨도 입사할 당시 이런 영업방침을 준수한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했다"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가 영업사원별로 판매목표 달성을 독려해왔고, 덤핑판매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미수금을 갚겠다는 각서를 받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며 임씨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