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상습구간이 방치되고 있어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105중 추돌 교통사고라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해 총 2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사고차량만 106대에 달했다. 사고 피해자들과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짙은 안개를 지적했다.
이처럼 짙은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영종대교의 사고방지 시스템은 거의 무방비에 가깝다. 통상적으로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에 설치되는 시정계(안개관측기구)가 영종대교에는 단 한개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부실한 안개 특보제와 상황에 따른 교통지도요원의 배치가 없는것도 이번 사고를 키웠다.
시정계의 무설치는 사고 이후에도 영향을 끼쳤다. 기상청은 사고 당시의 정확한 시계를 파악하지 못했음은 물론, 사고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증언과 블랙박스 영상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희상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은 "안개라는 것이 매우 국지적인 자연현상이고 또 며칠 전 미리 예측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기상청이 모든 부분을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장비도 부족한 편인데, 이번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보역량을 갖춘 다양한 민간사업자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영종대교 사고는 워낙 규모가 커 이후 처리에 관해서도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국내 기상감정사 1호이자 웨더피아 대표로 있는 이천우 박사는 "인천공항 근처는 서해에서 해무(바다안개)가 몰려와 안개가 내륙보다 훨씬 짙다"며 "이런 지역에는 안개특보는 물론 안개관측장비의 설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박사는 "이번 사고의 경우 안개관측장비를 통해 사고 당시의 조건을 파악해야 된다"며 "만약 안개관측장비가 없었다면 소송이나 보험처리 문제에서 시정(가시거리)의 입증이 쉽지 않아 많은 혼란이 뒤따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번과 같이 자연현상이 영향을 미친 대형사고의 경우 기상감정사가 투입돼 전문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사고를 대부분 손해사정인이 담당하는 실정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