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세대를 위한 안전문화 만들어야

2015-02-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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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왕소방서 안기승 서장]


안기승 의왕소방서장 

우리나라는 세계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경제성장으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또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몇 안되는 국가로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하루 끼니를 걱정하던 처절했던 대한민국,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놀라운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불굴의 의지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이뤄낸 기적이요, 우리역사의 자랑스런 한 페이지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정체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안전이다.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반복된 후진국형 재난들은 우리사회의 저급한 안전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와 함께 가라앉은 대한민국을 버티도록 한 힘, 또 유가족과 상처입은 우리를 일으켜 세운 힘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이었다. 각계 각층에선 안전에 대한 총체적 시스템을 점검하고 두 번 다시 후진국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려할 것을 다짐했다.

4월 16일 이후 무엇이 변했는가?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병원 화재,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 후진국형 재난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를 보자. 화재 건물의 경우 2009년 규제를 완화해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건물 간격이 1.5m에, 불에 잘타는 값싼 외벽 소재를 쓰고, 주차면적이 부족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주민들은 방쪼개기 사용, 옥상 무허가 건축물 설치, 불법주정차 등이 일상화 돼 있었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사회 시스템과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인재인 것이다.

이 같이 반복되는 후진국형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문화(文化)가 바뀌어야 한다. 문화란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과 행동방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안전불감증은 이미 우리사회의 나쁜문화, 폐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 폐습을 고쳐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안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사상 변화가 우선되야 한다. 하지만 수십년간 반복된 재난에서 알 수 있듯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형 재난 후 많은 사람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지만 우리는 얼마지나지 않아 쉽게 잊어 버렸다. 삶을 통해 몸으로 익힌 안전불감증은 머릿속 깊이 뿌리내려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교육에 있다. 프랑스에서는 비나 눈이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산을 사용하게 되면 앞을 잘 볼 수 없고, 손이 자유롭지 못해 교통사고나 낙상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고를 막기 위해 어려서부터 우산 대신 레인코트나 우비를 입도록 교육받는다고 한다. 옷이 젖는 불편함을 안전을 위해 감수하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프랑스도 처음부터 레인코트나 우비를 입도록 교육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반복된 사고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작은 노력으로 시작됐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으로 꽃 같은 우리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우리도 시작해야 한다. 거창하게 “1교시는 안전교육 시간입니다. 영어책을 덮으세요.” 이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의 사례와 같이 아이의 안전을 위해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안전습관을 조금씩만 일러 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함께 길을 가다 환풍구나 하수구가 있으면 위험성을 알리고 돌아가면 된다. 주말 아이와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가끔은 가까운 안전체험관이나 소방서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이렇게 아이들에 심은 안전의 새싹은 안전문화 정착의 초석이며 발전의 밑바탕이 되어 세계 어느나라 보다도 안전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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