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붕괴···한국경제, 심장이 식어간다] 창원·구미 업체들 너도나도 "힘들다" 한목소리

2015-02-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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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저녁 유흥가가 밀집한 창원 상남동 거리의 모습.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불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거리는 한가한 모습이다. [사진=(창원)박재홍 기자]


아주경제 (구미)이재영·(창원)박재홍 기자 =창원시내 위치한 상남동은 전국 최대규모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이다. 전국에서 단위면적당 유흥업소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6일 경남 창원시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3~4년 전만 해도 저녁 6시 이후에는 상남동 입구에 들어서려는 택시와 자가용으로 가득했다"며 "그러나 요새는 주말 6~8시 사이에 잠간 차들이 몰리는 것 외에는 한산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남 최대 산업단지인 창원시에 위치한 기업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관련업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초청한 바이어를 상대로 각종 접대가 이뤄지던 상남동은 이제 주변 업체의 일반 직장인과 젊은이들이 간단하게 한잔 하며 회포를 푸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10년 가까이 상남동 요식업계에 종사해온 송모씨는 "과거 20~30명씩 단체손님을 받던 식당은 사실상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들 대형 식당들은 손님이 끊겨 소규모 단위 손님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남동 상가지역에서 부동산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기존에 비즈니스 고객을 상대로 영업했던 고급 식당의 경우, 젊은층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포차' 등의 술집으로 업종변경이 많아지고 있다"며 "최고 1억원까지 했던 권리금은 현재 절반인 50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상남동 지역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유흥업소다. 송씨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호황기를 누릴 때는 주변 창녕이나 함안 지역에서까지 이 곳을 찾아지만, 지금은 이런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며 가장 먼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곳이 접대 등을 위한 법인카드 사용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곳의 주 고객층이었던 비즈니스 고객의 발길도 사라졌다.

특히 지난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그룹이 해체된 STX의 여파가 가장 컸다.

창원의 한 중공업 업체 관계자는 "STX그룹이 성장할 당시 창원지역에 다른 기업들에 비해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STX그룹이 해체되면서 이들 투자액이 사라지고 임직원들도 3분의1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기반으로 하는 경북 구미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미시 삼성탈레스 정문. 삼성탈레스의 한화 매각을 반대하는 직원들의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구미)이재영 기자]


스마트폰 액정 필름을 가공하던 A업체는 삼성의 2차 협력사로 호경기 시절 투자도 늘리고 인력도 늘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성장이 정체되고, 삼성 휴대폰의 베트남 공장 이전으로 납품 물량이 끊겨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투자를 통해 늘렸던 설비는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하지만 단순 가공 기술 위주라서 회사를 축소하는 것말고는 해법이 없다. 구미 산업단지에는 이런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이 많다는 게 지역 관계자의 전언이다.

구미 산단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영업이익이 30% 줄었다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들어가거나 공장 문을 닫는 게 아니지만 하청업체는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며 "2차, 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물량 감소에 따른 타격이 크다. 그런 협력사들이 삼성과 LG 등 여러군데 납품을 하는 게 아니고 2~3군데로 한정돼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구미산단은 과거 섬유산업 비중이 컸는데 중국과 가격경쟁에 밀리며 한국합섬, 금강합섬, 대아합섬 등 여러 업체가 폐업하고, 지금은 고기능 섬유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코오롱, 효성, 도레이 등만 남았다"며 "상대적으로 삼성과 LG의 비중이 커져 리스크도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계 장비보다 모바일쪽 수익성이 좋은 편인데 관련 업황이 악화되다보니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납품 물량을 유지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쪽으로 전환하는 중소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한 중소 가공업체 관계자는 "예전 사훈은 원가절감, 경영혁신 등의 내용이었지만 올해 사훈은 생존"이라며 "2차, 3차 협력사들은 한순간에 문닫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휴대폰 공장의 베트남 이전과 함께 프린터 사업도 중국으로 옮겼고, 코닝정밀소재를 매각하는 등 개편이 진행돼 왔다. 최근엔 삼성탈레스 매각이 이슈화됐다.

삼성탈레스 정문에는 매각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사업장은 삼성전자 부지 내에 있어 한화에 매각되면 직원들은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 걱정"이라며 "20년간 충성을 다했는데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뉴스를 통해 매각 소식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 곳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11년 말부터 13년에 베트남 이전 등에 따른 공장 폐업 또는 사업규모 축소가 많아 매물이 많았었다"며 "지금은 전체적으로 공단 경기는 좋지 않은 가운데 거래는 보합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산단 근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경기가 나빠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미산단 입구에는 도레이 공장으로 안내하는 간판이 첫째로 보였다. 한 구미 시민은 "경기 부양은 결국 고용효과가 아니냐"며 "도레이와 아사히 글라스 등 외국계 기업이 산단에 들어왔는데 자동화 설비 위주여서 체감경기는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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