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외환시장의 변동폭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정책금리를 내리는 등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환율 변동성은 그 자체로 기업 투자심리를 쪼그라들게 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원화가치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환율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처럼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연일 큰 폭으로 오르내림을 거듭하면서 변동성이 격화된 모습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설을 앞둔 데다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어 원·달러 환율 흐름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해당 국가의 펀더멘털이나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엇갈리는 해외 경제지표와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5.94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의 월 평균 일중 변동폭은 지난해 10월 말 일본 중앙은행(BOJ)이 추가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뒤 11월 7.13원, 12월 6.7원으로 커졌다.
새해 들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했고, 스위스는 환율 하한제를 폐기했다. 덴마크와 캐나다, 인도, 호주 등은 깜짝 기준금리 인하로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에 줄줄이 동참하면서 1월 평균 일중 변동폭은 7.7원으로 확대됐다.
환율 변동성은 세계 외환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가 산출하는 '외환시장변동성지수(CVIX)'를 보면 지난해 말 9.51%였던 것이 1월 말에는 11.7%를 기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CVIX는 스위스 환율 하한 폐지, 예상을 웃돈 ECB 통화 완화 등 주요 중앙은행 정책변화로 변동성이 크게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같은 환율 변동성은 기업 투자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컨센서스와 반대되는 환율 흐름이 심화되면 외채 부담 급증과 대규모 환손실이 우려된다"며 "환율 변동성은 그 자체로 기업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원화가 달러보다 약세를 보여도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엔저로 국내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한국이 환율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기둔화와 중국의 수입대체전략으로 총수출 증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가 주요 경쟁국 통화에 비해 절상되는 상황은 우리나라 수출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화가 달러, 엔화 등 특정 통화 뿐만 아니라 주요 경쟁국 통화 전반에 대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