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재계는 법인세와 관련해 조용한 분위기다. 자칫 불똥이 커질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법인세 인상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정도가 재계와 산업계를 대변하는 정도다.
법인세를 둘러싼 공방은 팽팽하다. 전문가들 조차도 의견이 엇갈리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법인세 논란이 왜 불거졌느냐다.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 연말정산부터 법인세까지…‘세금폭탄’ 불안감 언제까지
정부 안팎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온 부분인데 올해처럼 갑론을박이 팽팽하게 맞서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여부는 해마다 거론됐다. 증세를 할 경우 가장 먼저 인상여부가 검토되는 것이 법인세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법인세를 올린다고 해서 경제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복지 재원을 확보하는데 기업 부담을 늘리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법인세 논란은 세금폭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연말정산에 대한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했다면 법인세 인상까지 오지 않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법인세…잠재울 묘수는 있나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놓고 ‘필요에 따라서는 검토 대상’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다만 국회의 합의를 전제로 달았다.
정부와 청와대는 연말정산이라는 한고비 넘겼더니 법인세라는 대형 태풍을 만난 셈이 됐다. 설 명절 전까지는 무조건 여론을 잠재울 카드가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법인세 논란을 잠재울 묘수로 복지 구조조정 카드를 내밀었다. 증세보다 무상복지를 손보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복지 구조조정 역시 실효성 논란이 있겠지만 현안으로 볼 때 법인세 인상과 증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만한 카드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그동안 법인세 인상이 거론되면 조용하던 재계에서도 세금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내수를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처럼 복잡한 세제를 들이밀지 말고 차라리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대신 법인세를 가져다 내수 확대에 써라. 내수시장을 무시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제안했다.
◆ 법인세 올린다면 최대 5%가 한계…과세구간 정립도 제시
법인세 성역 불가론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서 인상을 한다면 얼마나 가능할까.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법인세율이 2%포인트 높아질 경우 제품가격 상승으로 그 부담이 소비자와 근로자, 기업에 전가돼 각각 32.8%, 16.0%, 51.2%의 비율로 세금을 분담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법인세율 2%포인트 상승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33%, 투자는 0.96% 줄어들기 때문에 세입기반이 약화돼 세수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최대 인상폭은 5%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현행 3단계 누진세 구조는 최고세율이 22%이라는 점에서 과세표준이 1000억원 이상, 부담능력이 있는 기업 과세표준을 최고 27%까지 올릴 수 있다는 추정을 했다.
법인세 과세구간을 하나 더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순익 1000억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25%든 28%든 과세구간을 하나 더 만드는 방식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법인세 인상을 형평의 논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로만 가는 건 적합하지 않다”며 “정부가 돈을 가져다 내수로 쓰면 기업소득의 환류로 기업들에 플러스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