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당국과 해외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1인당 실질임금은 월 평균 295만800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인 294만8552원보다 겨우 2248원 오르는데 그쳐 0.1%에도 못 미치는 0.08% 올랐을 뿐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3년 2분기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2013년 2분기 3.4%, 3분기 2.5%, 4분기 2.1%, 지난해 1분기 1.8%, 2분기 0.2%에다 3분기 0.08%로 하락 폭도 작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가계 소득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고 저소득층일수록 비중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계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며 민간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한국의 민간 소비 부진에 대해 "지난 3년간 실질임금 하락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저생계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계도 증가해 올해 민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SBC는 "전체 근로자중 실질임금이 하락한 근로자 비율이 2012년 4%, 2013년 10%, 지난해 33% 등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라고 지적한 뒤 "근로자 간 실질임금 상승률 격차도 2012년이래 확대돼, 노동시장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가 부동산규제완화로 주택시장활성화를 통한 민간소비 부양을 꾀해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이 크게 늘어났을 뿐 소비 증가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소사이어티 제레럴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6.0%에서 4분기 7.6%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되나, 같은 기간 소비증가율은 1.5%에서 1.4%로 둔화됐다"며
"지난해 하반기 주택가격 반등 정도와 부동산대출 증가규모가 민간소비를 부양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해외 IB는 올해 민간소비 부양을 위해서는 실질임금 상승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SBC는 "기업의 실질임금 인상을 위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통화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