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천송이 도플갱어, 1인 시스템 기획사 [기고]

2015-02-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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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M아카데미 이정현 원장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극중 천송이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톱스타에서 하루아침에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천송이는 1인 기획사를 차렸지만 소속사에 위약금을 물어주느라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독립한 천송이는 기존의 소속사만큼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며 결국 큰 회사의 지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클라라도 2013년 기상천외한 ‘레깅스 시구’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강타했다. 이후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섹시 아이콘’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클라라는 몇 번의 말실수로 ‘구라라’란 좋지 않은 평판도 얻었지만, 그의 인기 전선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2위에 랭크되는 등 클라라는 승승장구하였다. 그런 그가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란 표현이 현재 클라라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천송이·클라라와 같은 연예인과 소속사와의 갈등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별로 해주는 것도 없는 소속사가 너무 많은 돈을 챙긴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소속사는 연예인에게 투자해서 돈을 회수할 만하면 ‘먹튀’를 한다고 서운해 한다. 과거 ‘노예계약’에 얽매인 연예인이 비인간적인 소유물 개념의 ‘늑대’ 기획사에 착취당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클라라와 소속사와의 분쟁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연예인-소속사 갈등의 본질은 ‘전속계약’ 여부이다. 이러한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인가?
 
필자는 십여 년간 현장에서 수천명의 연예인 지망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피땀 흘려 노력하고도 실패한 수많은 지망생들도 봤고, 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돈 한푼 못 건지는 투자가도 지켜봤다.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끼’와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연예계처럼 운이 많이 좌우하는 곳도 드물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구기일(運九技一)이 이곳 생태계에 어울리는 말이다. 이 ‘운’ 중의 상당부분이 바로 기획사 선택에 달려있다. 즉, 지망생이 ‘어떤 기획사에 가느냐’, 그리고 기획사에서 ‘어떻게 띄워주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그러니 기획사가 연예인과의 관계에서 절대 ‘갑’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연예기획사 시스템으로는 ‘끼’와 열정을 가진 연예인에게 기회를 주기 힘들다. 그래서 대형기획사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1인 기획사이다. 1인 기획사는 유명 연예인이 직접 대표가 되거나 가족 혹은 친구를 내세우고 실질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1인 기획사는 스타급 유명연예인이나 가능한 얘기이고 연예 지망생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1인 기획사에서 다시 대형기획사로 회귀하는 유명연예인이 늘고 있다.
 
필자는 대형기획사나 1인 기획사의 장점만을 살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형기획사는 기획, 홍보, 회계, 세무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1인 기획사는 100%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회사이기에 자유롭다. 대형기획사의 ‘시스템’과 1인 기획사의 ‘자유’라는 장점만 골라 만드는 것이 바로 ‘1인 시스템 기획사’이다.
 
‘1인 시스템 기획사’는 연예기획가, 홍보전문가, 투자가 등이 ‘끼’와 열정이 넘치는 연예인 지망생 1인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예인 지망생 스스로 주인이 되고 ‘갑’이 되는 것이기에 그 어떤 노예계약 시비도 일어나지 않는다. 연예인 표준 7년 계약서 조항에도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1인 시스템 기획사’에 대해 다수의 기획사, 홍보대행사, 투자가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자신만을 위한 ‘1인 시스템 기획사’에 대환영이다. 적어도 연예계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중무장한 네티즌들이 여론의 중심에 섰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도 전혀 다른 형태의 패러다임이 생기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한국 연예계 현실에 맞는 탄력적인 ‘1인 시스템 기획사’는 기존의 공룡이란 불리는 대형기획사의 대안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천송이와 클라라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치맥’이라는 깨알같은 재미도 있다.
 

이정현 원장=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 업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린다. 2008년 183명의 학생의 MBC아카데미연기음악원을 맡아 수개월 만에 450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이후 10여년간 수천명 연예인 지망생들의 교육을 맡아왔다. 현재는 음악·연기 지망생들을 위한 YDM아카데미 원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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