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5년초 산업계 관심 이슈 가운데 하나는 경제 5단체의 새 수장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경제 5단체장은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 정치권의 관련 법안 제정에 있어 산업계를 대표해 의견을 전달하는 대화 통로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정부와 정치권의 견제세력이라는 이미지가 퇴색되면서 경제 5단체들의 입지는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고, 무용론 또는 폐지론도 아닌 ‘존재감 제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전경련·대한상의 세대교체 실패 영향 커
상공임의 모임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일단 박용만 회장(두산그룹 회장)의 연임이 확실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대한상의 역시 박 회장 이전 누구를 추대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 회장 체제에 안주해 후임 회장을 무리없이 뽑을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내 회사 살리기도 바쁘니 외부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괜히 나서 바른 소리 했다가 정부의 보복을 당하고 여론몰이에 시달리는 자리를 뭐하려고 맡겠느냐는 등 회장 자리를 고사하는 변명은 부지기수다. 이를 놓고 재벌 총수의 이기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경련과 대한상의 모두 세대교체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반성을 먼저 해봐야 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이나 대한상의는 여전히 창업 1세대 또는 2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오너 3~4세대, 비오너 기업의 전문경영인들에게 이들 모임은 ‘어르신 사랑방’으로 치부한다. STX그룹을 이끌던 강덕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 때마다 소위 말하는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강 회장 뿐만 아니라 기존 회원들의 텃세에 반발해 단체와 등을 돌린 기업인들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임에 젊은 기업인들이 누가 가려고 하겠느냐. 자신들을 돋보이게 하려는 들러리 만 하라는 것이라 여긴다. 전경련이 변혁을 위해 정성을 들여 추진했던 네이버의 회원사 가입 좌절이 대표적인 사례다. 진작부터 모임 내에서 후계 회장을 키우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전경련, 대한상의를 잘 알고 이끌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낙하산 ‘무역협회’, 비기업인 추천한 경총
전경련과 대한상의에 비해 관심도는 떨어지지만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새회장 선임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관료 출신 인사가 주로 수장을 맡아온 무협은 지난 2006년 물러난 김재철 회장(동원그룹 회장)이후 10년간 고위 공무원(부총리급) 출신이 ‘낙하산’으로 자리에 앉았다. 무역기금을 통해 정부의 무역진흥사업을 대행하는 관계로 인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더 나아가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주로 앉는 자리라는 이미지를 벋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무협은 한덕수 현 회장의 연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인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연임 성공 여부는 청와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게 맞다고 많은 무역인들은 전하고 있다.
어렵게 모신 이희범 회장 사퇴 후 1년여가 넘게 김영배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하고 있는 경총은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 회장을 추대하기 위해 그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 이슈라면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기업인을 유치할 수 없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꺼낸 카드다. 하지만 박 전 회장 추대는 단순히 인물난 때문이라고 볼 순 없다. 그동안 노사 이슈가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불거졌다면, 21세기 들어서는 수면 아래에 있던 서비스·사무직, 특히 금융권 노사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기관 사정에 해박한 박 전 회장을 통해 경총의 업무 역량도 확대를 꾀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다른 4단체에 비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기문 회장(로만손 대표)에 이어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후보만 5명이다. 현 정부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배경도 작용했다.
늦어도 이달 말이면 각 경제단체 별로 새 회장이 누가 될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과연 새인물이 단체가 처한 상황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