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요즘 방송계에서는 "주인공이 되려면 정신병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인기피증, 다중인격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 주인공 차도현(지성)과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구서진(현빈)은 모두 다중인격 장애를 안고 있다. KBS2가 올 상반기 선보일 드라마 '닥터 프랑켄슈타인' 역시 다중인격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tvN 금토드라마 '하트투하트'에서는 주목받아야 사는 정신과 의사 고이석(천정명)과 주목받으면 죽는 대인기피증 차홍도(최강희)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왜 갑자기 안방극장은 정신병에 빠졌을까.
하지만 특별해 보이는 드라마도 결국 '신데렐라 스토리'로 귀결된다. 남자주인공은 재벌 3세에 출중한 외모를 가졌지만 딱 한 가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밝고 긍정적 여주인공을 만나 병도 치료하고 사랑도 쟁취한다.
여기서 병은 시청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이 아니라 쉬운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맞물리면서 정신병은 치료보다 사랑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병 자체가 갖고 있는 고통과 괴로움보다는 단순한 소재로 극을 설명하다 보니 결국 개연성이 결여되고, 이들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다. 주인공만 바뀐, 같은 소재의 드라마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방송되니 지루함과 피곤함만 가득하다. 타인의 성공을 얼른 베끼기보다는 신선한 자극을 선사할 소재를 찾는 게, 힘들지만 진짜 성공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