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신임 환경부 장관에 학자출신 환경 전문가를 발탁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보호부장(장관)이 당조직 서기에서 면직되고 천지닝(陳吉寧·51) 칭화대 총장이 새로운 당조직 서기로 임명됐다고 밝혔다고 중국 펑파이신문 등 현지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천지닝 총장은 칭화대에서 환경공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칭화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다가 2012년 총장에 선임됐다.
천지닝은 중국 환경영역의 권위있는 전문가다. 그간 중국 국가 중점기초 연구발전 계획인 '973 계획' 등 굵직한 환경 관련 사업에 참여해왔다. 200여개 환경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저서도 여러 권 출판했다.
특히 천 총장은 지난 2006년 쑹화(松花)강 벤젠 유출 오염사고 당시 당국의 오염 확산 방지 노력을 지원하면서 수질오염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칭화대 환경과학공정과 주임 교수였던 천지닝은 쑹화강 오염사고 관련 기자회견이 열릴 때 저우성셴 당시 신임 환경보호국 국장과 함께 참석해 발언했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신 환경보호법 개정 작업에도 참여해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강도가 높은 환경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최근 중국 스모그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오염 방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중국 환경수장 자리에 오른 만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환경보호부는 '비인기 부서', '욕 먹는 부서'였다. 중국 내 스모그를 비롯한 환경오염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환경보호를 해야한다고 구호로만 외칠 뿐 실질적인 환경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됐었다.
전임인 저우성셴 환경부장의 경우 지난 2013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무원 각료 승인 표결에서 총 투표수 2952표 중 반대 171표, 기권 47표를 얻어 28명의 각료 중 가장 낮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중국 내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반영된 참담한 결과였다. 이에 환경 전문가가 환경부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천지닝은 칭화대 총장으로 재임하며 국가환경자문위원, 환경부 과학기술위원회 부주임, 중국환경과학학회 부회장 등 직함을 가지고 정부 내 환경전문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업계 인사들은 천지닝이 비록 관료 경험은 없지만 환경보호부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할 것이라며 순조롭게 업무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관료경험이 없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인민대 법학원 환경자원법 교수연구실 주임 저우커(周珂)는 “환경 부처 업무는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이를 초월해 환경문제를 담당할 수장이 필요하다”며 신임 환경부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천지닝은 특히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칭화대 총장 재임시절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스스럼없이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캠퍼스 내에서도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공정원 원사인 칭화대 환경시뮬레이션오염통제 국가중점공동실험실 런첸이(任錢易) 주임은 “천지닝은 캠퍼스에서 가장 바쁜 지도자로 소통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소통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매우 좋다”며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대응 방면에서도 매우 혁신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향후 중국 환경문제를 총괄해야 할 천지닝 신임 환경부장은 '스모그 퇴치'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등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자원환경정책 연구소 부소장 창지원(常紀文)은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한들 현재 중국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환경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누가 환경부장이 됐든 서민들한테 욕 먹기는 마찬가지”라며 “사실 환경부 장관과 총장은 완전히 서로 다르다”고 신임 환경부장의 업무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