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에 짓눌린 30대...서울 떠나 경기도로

2015-01-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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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0대 3만9000명 서울 떠나...경기 유입 30대 2만1000명

연초부터 서울 포함 수도권 전셋값 오름세…전세난 해소 역부족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이른바 '탈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나 미취학 아동을 둔 30대를 중심으로 이동이 두드러졌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 올해 봄 결혼을 앞둔 A씨(34세)는 전세자금으로 모아둔 1억5000만원으로는 서울 아파트는 커녕 연립주택마저도 구하기 어렵자 값싸고 물량도 많은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 신혼살림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 서울 양천구에 사는 B씨(37세)는 계약 만기 석달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셋값을 3000만원 올려 달라고 하자 이참에 집을 마련하기로 마음 먹었다. 서울 전셋값이면 네 식구가 더 넓게 살 수 있는 경기도 고양이나 파주 등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탈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나 미취학 아동을 둔 30대를 중심으로 이동이 두드러졌다. 전세금 급등으로 주거 부담이 커진 반면 서울내 전세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김포나 고양, 남양주 등지로 전세난민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이동자는 762만9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9% 증가했다. 전체 이동자 가운데 30대는 174만명으로 전체 이동자의 22.8%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모두 8만7800명의 인구가 감소했는데, 서울 지역의 30대 인구 감소폭만 3만9000명에 달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감소폭이 컸다. 반면 경기도로 유입된 30대 인구는 2만1000명으로 경기도 전체 순유입인구(5만7400명)가 늘어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의 이동이 증가한 것은 전·월세난에 따라 불가피하게 집을 옮겨야 했던 계층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19일 기준 수도권 전셋값은 전주보다 0.18% 올랐다. 지난주(0.13%)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서울은 0.16% 오르며 지난해 9월29일(0.1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전세물건이 매우 귀한 상태이며 전세물량을 찾는 수요도 꽤 많아 중소형 평형의 경우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 상승세는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도 퍼져가고 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셋값은 0.21%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김포 감정동 S공인 관계자는 "서울 강서구나 구로구 등 강서권 전세입자들의 문의가 많다"면서 "이전과 다르게 전세물건도 많지 않아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3.3㎡당 평균 전셋값은 1056만원으로 경기 평균 3.3㎡당 매맷값 920만원, 전셋값 648만원보다 비싸다. 무섭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든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싼 경기와 인천 등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울 지역 전세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신혼부부 가구를 중심으로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월세전환 등으로 전세물건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건축 이주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전세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강남구 개포지구, 강동구 고덕지구, 서초구 신반포지구 등에서 올해 본격적인 이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비사업만으로만 2만4000가구가 이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5만8000여가구의 이주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중 경기·인천 쪽으로 이주할 수요도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는 단기간 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신규 입주물량으로 이를 모두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입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서울시내 전세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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