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추억도 예술이 된다. 수명이 다한 폐차가 근사한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28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알림 1관에서 개막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전은 정겨움과 신기함, 놀라움이 교차한다.
지난해 10∼11월 폐차할 예정이거나 중고차 판매로 차량을 떠나 보내는 현대차 운전자들로부터 사연을 접수했고 여기에 참가한 1만8000여명중 14명의 이야기가 이번 전시작품에 담겼다.
작가 김종구는 경북 상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포터가 생계 수단이 아닌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김중희(31)씨의 사연을 접하고 포터 몸체를 그라인더로 갈아 '자동차와 시, 서, 화'라는 작품과 소박한 현판을 만들었다.
김종구 작가는 27일 "오래된 자동차는 결국 주인을 닮아가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이번 작품으로 인간과 산업의 관계를 예술가가 맺어주는 듯했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김찬홍(60)씨가 20년 동안 탔던 갤로퍼는 작가 김병호에 의해 ‘여덟개의 프레임(Eight Frames)’라는 설치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결혼을 해 엄마가 될 때까지 하은하씨가 20년동안 탔던 아반떼는 신유라 작가에 의해 차의 부품들을 엮은 샹들리에로 완전 변신했다.
작가 박선기는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사랑하던 38인승 스쿨버스를 작품으로 만들어달라는 교사 윤지훈(35)씨의 사연에, 스쿨버스와 아이들 모습 실루엣이 합쳐진 부조 작품을 만들었다. 통학버스가 교사와 학생의 중요한 소통의 창구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 좌석 안전벨트를 연결해 하나의 스크린을 만들어 그 위에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방현우-허윤실 부부 등 6명의 작가그룹으로 활동하는 에브리웨어는 폐차 싼타페를 ‘메모리얼 드라이브’라는 미디어 작품으로 만들었다. 연극배우 이도엽(42)씨가 아내에게 프로포즈할 때 썼던 차다. 핸들을 돌리면 전면에 설치된 후방카메라를 통해 이씨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천천히 줌인(zoom-in)된다.
전시를 기획한 현대차 이대형 아트 디렉터는 인간, 역사, 재생, 협업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학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전시에는 작가 김병호, 김종구, 김진우, 박선기, 박진우, 신유라, 양민하, 양수인, 우주+림희영, 이용백, 한진수, 칸, 이광호, 에브리웨어 등 14명이 참여했다. 설치, 회화, 가방, 소파, 미디어 등으로 변한 24점을 선보인다.
한편, 이 전시와 함께 김용호‧오중석 등 참가한 사진전, 대학생 작품 공모전도 열린다.
사진전은 ‘모멘츠(moments)’를 타이틀로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하는 순간을 사진가 김용호, 오중석, 아놀드박, 서대호가 예술사진으로 재현한 작품 47점을 전시한다.
대학생 공모전 ‘드림(dream)’은 캠페인을 통해 선정된 대학생들의 아이디어 5개가 작품으로 제작된 것을 보여준다. 김소정팀 'TouchStick', 김주곤팀 '아버지의 크기', 김태훈 '말하는 대로', TLORK '메모리 플레이어', teamVOID '바람 1985'를 볼 수 있다.
전시는 도슨트 투어가 매일 3차례 진행되며, 직접 차를 디자인해보는 등 관람객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부가 매달 마지막주 국민들의 문화 생활을 장려하기 위해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막일인 28일 하루 동안 무료로 개방될 예정이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전시작품 및 작가소개 영상은 웹사이트(brilliant.hyundai.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 성인 5000원, 청소년, 초등학생 3000원. 전시는 2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