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성격을 가진 미술관이 아닙니다.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열려있어야하는 공공미술관입니다. 그런데 치우친 전시만 하다보니…."
한국일보 문화사업단 서순주 전시커미셔너가 서울시립미술관에 작정한 듯 불만감을 표시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밀레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왜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잘 아시지 않느냐"며 말을 이었다.
"밀레전은 전시 오퍼가 늦게와 장소확보가 어려운 점도 있었다"면서도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밀레'전은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밀레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기획한 전시로 미국 일본등 세계 순회전의 마지막 도시로 서울에 찾아온다.
줄지어 서서보는 미술전, 당시 이런 영광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함께 안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서울시립미술관의 관장이 바뀌면서 시립미술관이 변했다. 시립미술관은 2012년 미디어아트 전문 큐레이터출신 김홍희씨가 관장으로 임명된 후 "그동안 대관위주의 블록버스트 전시관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졌고 동시대적으로 호흡을 같이하는 첨단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여오고 있다.
때문에 서순주 감독이 추진한 유럽명화 초대형 전시는 시립미술관에서 사라졌다. 서 감독은 밀레전에 이어 오는 6월 모딜리아 작품전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관장의 생각을 탓할순 없죠. 하지만 미술관이 보여주고 있는 현대미술, 동시대미술은 난해합니다. '치우친 미술전' 덕분에 시립미술관에 관람객들이 줄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요. 관람객이 전시에 왔을때 뭔가를 기억에 남기는게 중요하지 않은가요?"
서 감독은 "시립미술관은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려있는 것은 창작의 보편적 진리다"며 "이는 공공미술관의 사명이자 의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관장의 자리는 편협된 것을 고수하면 안된다"며 미디어아트에 특화를 보이는 김홍희 관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국내에 '초대형 전시'의 문을 열며 국내의 문화생활, 일반대중부터 미술애호가들의 미술관 나들이를 늘려 미술인구 확대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미술박사에서 전시기획자로 튼것도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서였다.
20여년전 파리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처음 일을 맡은 것은 김포조각공원이었다. 이곳에 솔르위솔르윗, 줄리안 오피, 다니엘 뷔랭등 세계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했는데 대중의 호응이 없었다. 이때였다. "일반대중에게 (미술)교육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본격적으로 유럽미술, 명화전이 기획되고 전시됐다.
전시가 히트친 이유는 한 작가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컬렉션 규모였다. 반고흐전에 온 '댕기영감'은 일본에서 4억원에 빌려달라고 해도 거부했던 작품이고 고갱전에 선보인 3천억짜리 '우리는 어디서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보험가액만 3억짜리였다.
"작품 빌리는것은 돈으로 되는게 아니다"는 서감독은 "허접한 전시는 안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빌리기도 하지만 개인소장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작품을 대여해 전시기획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모딜리니전에 이어 내년에 반고흐전과 세잔느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반고흐전의 시리즈같은 전시로 반고흐의 마지막 생애가 담긴 아를로에서 작품을 조명하는 '반고흐의 마지막 2년'전과, 사과 작가 세잔느의 전시를 준비중이다.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면 좋죠. 시립은 위치와 공간이 관람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에요. 그동안 9번이나 초대형 전시를 시립미술관에서 하면서 조명등 시설개선을 많이 했거든요."
서 감독은 "하지만 현재로선 관장이 바뀌어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어쩔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시한번 "공직자라면그 자리에 왜 있는지 생각해야한다"며 "미술관은 일반대중에게 친근한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감독은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생각하고, 그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수 있게 하는게 예술"이라며 "앞으로 10년은 더 전시커미셔너로 일할 것이며 유명 명화들의 전시를 더욱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씨 뿌리는 사람>은 <만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작으로 고흐가 10차례 넘게 베껴 그렸던 전시의 대표작이다. 서순주 전시 총감독은 “서구미술사가 모더니즘(근대주의)시대로 나아가게 한 계기라는 측면에서 밀레와 바르비종파의 작품들을 재조명한 전시”라고 말했다. 5월1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