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테너’ 유지태 “‘그날들’ 감독님이 본격 뮤지컬 데뷔 하자시네요”

2014-12-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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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배우 유지태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유지태(38)는 지난 1994년 영화 ‘바이 준’으로 데뷔한 후 20년째 연기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던 유지태는 2003년 단편 ‘자전거 소년’으로 연출자로 변신했다. 이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05) ‘나도 모르게’(07) ‘초대’(09) ‘마이 라띠마’(12·장편) 등의 메가폰을 잡았다. 연출과 연기를 병행한 유지태는 오는 31일 개봉하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제작 모인그룹)에서 실존하는 천재 성악가 배재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 22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유지태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감독 명함을 갖고 있는 연기자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지 궁금했다.

“매번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유지태는 “저의 연기가 좋아보였다면 감독님과 스태프들과 융합이 잘되고 파트너십이 좋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김상만 감독님하고는 ‘심야의 FM’부터 신뢰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출을 하긴 했지만 연기할 때는 연기하기에 바쁘죠. 감독님의 연출에 대해 떠들 새가 없어요. 또 저는 연기자로서의 꿈과, 감독으로서의 꿈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더 그렇죠. 부연설명을 하자면 영역이 다르니까요. 일본 감독겸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좋은 이상형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개인적인 삶 말고요(웃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용서받지 못한 자’를 좋아하고 그가 출연한 ‘사선에서’를 좋아하는 걸 보면 연기는 다른 감독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진가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제 마음 때문일 거예요. 감독과 주연을 못하는 이유죠.”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배우 유지태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김상만 감독과 ‘죽’이 잘 맞는다는 유지태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4년 전 중국에 있던 유지태에게 시나리오를 건네기 전 김상만 감독 주변인들은 말렸다고. 하지만 김상만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역할 파고드는 건 유지태가 최고”라면서 캐스팅을 진행했다.

유지태는 “그런 말을 들으셨다고 하는데, 저에 대한 믿음이 있는 만큼 성악가보다 더 성악가다운 모습을 보여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물론 영어에 대한 부담도 함께였다”면서 웃었다. 그는 “그냥 싱크를 맞추는 거지만 성악을 배우지 않으면 그 느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역시 ‘한국 사람이면 이정도면 되지’라는 생각보다 외국사람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충분히 공감하고 느껴야한다고 다짐했다. 그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제작이 완료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촬영 중간에 1년간 진행이 멈추는 일도 있었다. 유지태는 그 시간을 더욱 성악가다운 연기를 위해 노력했다. 성악 연습에 매진했다. 그렇게 배재철화(化) 했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배우 유지태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성악가 배재철은 최고의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 ‘리리코 스핀토’(Lirico Spinto)를 받은 바 있다. 리리코 스핀토는 ‘성악의 음역’을 칭하는 말로, 서정적인 표현을 뜻하는 ‘리리코’와 관객을 압도하는 음색을 뜻하는 ‘스핀토’를 합친 단어다. 데뷔하고 곧바로 ‘프란체스카 화뜨르’에서 1등을 차지한 바 있으며 각종 콩쿨 단골 수상자인 그는 독일 자르부뤼켄 국립오페라 주역 가수 전속으로 활약했다.

천재의 재능을 시기한 하늘의 뜻이었을까? 테너 배재철은 2005년 갑강선 암으로 목소리를 잃고 만다. 이듬해 그의 팬이자 친구인 일본 음악 프로듀서 와지마 토타로의 권유로 성대 복원 수술을 받고 노력 끝에 특유의 음색을 되찾기 시작했고 더욱 깊어진 목소리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유지태는 그런 배재철의 일대기를 연기해야하는 만큼 전성기 때부터의 영상을 정독했다. 직접 만나 지도편달을 받았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배우 유지태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를 보면 유지태가 오페라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장면에서 목젖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립싱크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테너들의 목젖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가장 좋은 자세다. 이른바 목젖연기를 한 것. 그렇게 유지태는 일거수일투족 테너가 됐다. 전문가는 유지태에게 “베이스 중 베이스”라면서 “소리만 붙으면 좋은 베이스가 되니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지태는 연기와 연출을 포기할 수 없어 고사했다고.

여담이지만 뮤지컬 ‘그날들’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함께 뒷풀이로 술자리를 가진 후 2차로 노래방을 간 유지태. 유지태의 노래실력을 접한 장유정 연출가는 유지태에게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자”고 했다는 전언이다.

오페라가 어렵다면 뮤지컬 무대에 오른 유지태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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