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 “헌재 결정으로 통진당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문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헌재 결정은 너무나 안타깝다.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심판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문 의원은 이틀째 전북을 방문한 이날 도내 언론사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을 언급하며 “국가기관이 개입해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권력이 정당의 해산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라고 사법부의 정치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의원은 “(진보당 해산 문제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고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대 앞둔 文, ‘통합진보당 해산’ 돌출 변수에 고민 깊어질 듯
내년 2월8일로 예정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대의원대회 출마를 앞두고 문 의원이 진보당 해산을 고리로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향후 어떤 이념적 좌표를 설정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의 3자 통합인 진보당과 야권연대를 꾀한 새정치연합은 이후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파문이 일자 경기동부연합 등 NL(민족자주파)과 선 긋기에 나선 상황이다.
야권 중통합인 민주통합당 출범 과정에서 ‘혁신과통합(시민통합당)’을 통해 정치권에 진입한 문 의원 역시 ‘야권연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터라 전대 과정에서 당내 비노(非盧·비노무현)그룹은 물론 새누리당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문 의원이 확실한 이념적 좌표를 설정하지 못할 경우 ‘노선투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공식 입장이 ‘진보당 거리두기-헌재 입장 존중’이란 어정쩡한 상황에서 당내 강경파와 468그룹을 중심으로 진보적 목소리를 낸 점을 감안하면, 진보당 해산이 제1야당의 노선투쟁과 이념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외연 확장에 경고등이 켜진 문 의원으로선 진보적 스탠스를 통해 범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느냐, 중도로 이동해 표 확장성을 꾀하느냐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집토끼가 먼저냐, 산토끼가 먼저냐’의 고민인 셈이다.
헌재가 진보당과 북한의 연결고리를 못 찾은 상황에서 문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매카시즘(Mccarthyism·반공산주의)’ 공안몰이를 외면할 수도, 이를 고리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 때처럼 강경파 깃발을 꽂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문 의원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2일∼13일 이틀간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한 결과에 따르면 문 의원은 24.7%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세론의 마지노선인 40% 지지율 획득에는 실패했다.
김부겸 전 의원이 10.7%로 2위에 올랐고, 이어 △박지원(7.1%) △박영선(5.5%) △정세균(3.9%) △조경태(3.7%) △추미애(3.3%) △이인영(0.4%)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문재인(46.6%), 박지원(15.6%), 정세균(7.8%), 무당층에서는 문재인(23.8%), 김부겸(8.3%), 박영선(6.0%),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김부겸(17.8%), 문재인(11.1%), 조경태·추미애(7.3%) 의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