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5일 주간간부회의에서 "유치원 원아모집에 혼선이 있어서 여러가지 비판을 받았는데 중복지원 등의 문제가 잘 마무리되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학부모의 불편이 없도록 애써달라"고 말했다.
이같은 조 교육감의 언급은 유치원 원아모집 과정에서 바뀐 제도와 중복 지원 취소 방침에 대해 안내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실제 취소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학부모의 불편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도 취소되는 경우 반발이 클 부모들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회의에서 “혁신학교 신청시 교사 구성원의 50%가 찬성해야 했듯이 철회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절차를 밟아 취소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민주주의는 절차라고 생각한다. 절차만 잘 밟으면 취소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중산고의 혁신학교 지정취소 요청에 대해 세 번 반려에 나서면서 결정을 미루다 조 교육감의 한마디에 지정취소 절차를 이틀만에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진이 수장의 눈치를 보며 질질 끌다가 결정이 나자 바로 처리한 것이다.
조 교육감의 유치원 원아모집 관련 언급 역시 실무진의 중복취소 강행 포기 부담을 줄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교육청이 이번 유치원 원아모집 과정에서 중복지원 취소에 나서지 않기로 한 것은 교육청 내부에서도 무리한 제도 강행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영향도 크다.
교육청 내부에서조차 행정 제도를 바꾸는 과정이 이처럼 무리하게 진행된 경우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며 실무진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육청은 당초 19일까지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각 유치원 지원 명단을 받아 원아성명, 부모성명, 원아 생년월일 대조를 통해 중복 지원 여부를 적발하고 취소에 나설 계획이었다.
조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서울교육청이 중복지원 적발 자체에 나설지도 불투명하게 됐다.
서울교육청이 당초 중복지원 취소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당장 철회하기보다는 지원청으로부터 접수된 명단을 통해 우선 중복지원 적발에 나서지만 실제 취소 처분에 나서기 전 당사자 통보와 이의신청 접수 과정에서 행정처분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교육청이 유치원 원아모집 중복지원 취소를 강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당초의 교육청 방침을 따른 선의의 부모들의 불만과 충분히 이같은 방침이 예고되지 않은 가운데 제도가 시행되면서 혼란을 겪도록 한 행정 처리 과정에 대한 비판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육청은 당초 유치원 모집방안 개선에 나서면서 중복 지원을 거르는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이를 공문을 통해서만 유치원에 알린 가운데 사회와 부모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