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땅콩 회항’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40)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도 인하대·항공대 등을 소유한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한진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아직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에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부사장직만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됐을뿐 한진그룹 내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대표이사직도 아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 등기이사직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여 12월과 내년 1·2월 급여도 그대로 받을 예정이어서 '꼼수 사퇴'라는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어 지난 12일 조 회장이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자청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회장의 사과 및 단언 이후 5일 지난 현재까지 조 전 부사장은 인하대·항공대 등을 소유한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직 등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한진인터내셔널코프, 와이키키호텔리조트 등 해외법인 이사직에도 올라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이사 및 이사직 사표 제출과 관련, “검찰 조사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 등기이사직 해임여부는 내년 3월 주주총회서 결정 날 예정이다. 다만 그동안 등기이사직은 유지 돼 12월과 내년 1·2월 급여는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2년 3월 16일 동생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대한항공 등기이사가 됐다. 대한항공 등기이사는 총 6명으로 이 가운데 조양호 회장,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의 법률고문, 조현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등 4명이 친인척 관계다. 지난 3분기까지 대한항공 등기이사는 총 34억2563만원을 받았으며 1인당 평균 보수액은 5억7094만원이다.
이날 오후 2시 조 전 부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토교통부 출석 때와는 달리 단 한 순간도 고개를 들지 않고 단발머리를 늘어뜨린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하고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증거인멸 우려 등을 들어 구속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3세의 ‘땅콩 회항’ 논란으로 대한항공은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지난 16일 국토부의 조사 발표 결과 대한항공의 거짓진술 회유, 운항규정 위반 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뉴욕 노선 최대 31일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21억6000만원을 검토 중이다. 또 정부가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토부는 “민간 회사의 사명에 관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962년 6월 국영 대한항공공사로 출범해 1969년 조 전 부사장의 할아버지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인수하면서 45년간 그 이름을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