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국토교통부는 이른바 '땅콩 리턴'으로 불리는 대한항공 여객기 램프리턴 사건에 대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고성 및 음주 사실이 확인됐고, 검찰 고발을 통해 폭행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항공법에 의한 운항규정 위반 등으로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적용방안은 법률자문 등을 거쳐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던 중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담당 사무장을 내리게 해 '월권' 논란과 함께 항공보한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정부와 검찰은 각각 조 전 부사장과 탑승객, 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전방위 조사를 벌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일부 승무원 및 탑승객의 진술 등에서 고성과 폭언 사실이 확인됐다"며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오늘 중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승객은 폭언·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나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 시 벌금 500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국토부 조사과정에서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그 동안의 조사 자료 일체를 검찰에 송부하고,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 적용 여부는 검찰의 법리적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이광희 국토부 운항안전과장은 "형벌 관련 사항은 검찰 조사로 일원화하고 국토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항공(보안)법이 국토부 소관인 만큼 대한항공의 행정처분을 위한 보강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로변경죄 조항에 대해서는 당시 항공기가 비행 중이 아닌 활주로에 있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의 탑승 당시 음주 논란에 대해서는 "탑승 몇 시간 전 저녁 식사에서 와인 1∼2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 종사자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하고, 조 전 부사장과 박창진 사무장 등이 허위 진술을 한 행위가 각각 항공법 제115조의 3제1항제43호(검사의 거부·방해 또는 기피), 3제1항제44호(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거짓을 답변)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안전 운항을 위한 기장의 승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 소홀은 항공법 제115조의 3제1항제40호(운항규정을 지키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운항)를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항공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자문 등을 거쳐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심의·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사례에서 운항정지는 21일, 과징금은 14억4000만원 수준으로, 심의 과정에서 50% 범위에서 가중 또는 가감이 가능하다. 운항정지는 원칙적으로 전 항공기나 해당 노선, 특정 항공기에 대해 가능하지만, 통상적으로 노선 운항정지가 이뤄진다.
또 대한항공의 조직문화가 안전 프로세스에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그 동안 항공업무가 규정대로 적정하게 처리됐는지를 집중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메뉴얼이 있는데 그대로 실행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점을 건의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이는 안전과도 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정대로 처리되지 않은 부문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조사 과정 중 확인된 법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무장을 조사할 때 대한항공 임원, 기장과 함께 진행했다는 의혹 등에 관련해서는 "따로따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관의 경우 항공사 경력직을 뽑을 수 밖에 없고 대한항공이 오래돼 퇴직자들이 많은 실정"이라며 "인건비 등을 고려해 외국인 감독관을 채용하는 방안 등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부가 여론을 의식해 뒷북 행정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은 오는 17일 오후 2시 조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