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네트워크나 데이터베이스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도출하는 정보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와 한양대 응용물리학과 손승우 교수가 중세부터 사실주의 시대까지 1000년에 걸친 서양화 1만여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서양 미술의 변천사를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빅데이터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예술·인문학 자료에 대한 분석이 시도돼 왔으며 회화에 사용된 물감의 구성 성분이나 연대 측정, 회화의 진위 등을 정량적으로 판별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연구팀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물리학 컴퓨터 네트워킹 연구센터’(Computer Networking Centre of the Wigner Research Centre for Physics)가 운영하는 온라인 갤러리가 보관 중인 디지털 형태의 서양회화 1만여점을 기반으로 명암과 색채 등의 특성을 분석해 냈다.
그 결과, 분석 결과 시대에 따라 명암 대비 강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그림 속 물체의 윤곽선이 모호해지다가 낭만주의 시대에는 다시 뚜렷해지는 변화가 있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상관함수를 미국 추상화가 ‘잭슨 폴록’(1912~1956)의 작품에 적용한 결과 명암 대비 효과가 거의 없어 무작위로 만든 그림에 가까웠다.
또 중세 시대에는 색상을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았고 정치·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염료를 선호해 색을 혼합하지 않고 덧칠로만 표현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분석 기법을 르네상스 시대 모나리자에 적용해 바로크와 로코코, 신고전주의, 로맨티시즘에 이어 사실주의 시대까지 시대에 따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정하웅 교수는 “물질세계의 복잡성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예술 및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체계적 복잡성 연구는 최근의 일”이라며 “‘회화’에서 숨은 복잡성을 찾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는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가 발행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지난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