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금융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기류는 일단 위험자산을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즉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와 국채에 돈이 쏠리는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유가나 신흥국 자산은 찬밥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점점 굳어만 지고 있다. 당분간 이런 편 가르기 식 전쟁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실물경기 쪽 '굿 뉴스'만이 이 판을 통째로 뒤집을 수 있는데 아직은 약하다.
사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자산가격은 한 번 달릴 때 끝까지 간 뒤에야 비로서 스스로 지쳐 반전되는 속성을 지닌다. 최근 지구촌 금융시장을 달군 현상을 보면 변수끼리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호 추세를 강화시키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내재가치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안에서 수급적 또는 투기적인 요소가 뒤섞여 지표 변동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3개월 간 국제유가는 4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를 모두 경기요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유가는 처음에 취약한 실물수요와 증산에 나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때문에 하락이 촉발됐다. 하지만 다음에는 금융시장 메커니즘 안에서 순식간에 추세가 강화됐다. 즉 유가하락이 물가안정과 미 국채금리 안정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달러 강세는 엔화약세와 위험자산 기피를 불러 왔다.
그러나 이런 일방통행식 자산가격 흐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반대로 되감길 것이다. 물론 추세가 바뀌려면 좀 더 비이성적인 가격결정이 연출되거나 전체 흐름을 뒤집을 만한 경기신뢰가 필요하다. 아직은 아니지만 유가하락이 에너지 수입형 신흥국 전반에서 경기를 살려준다면, 신흥국 통화가치도 계속 떨어져 있다면 어떨까.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떡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결국 그 반대 쪽에 있는 신흥국 증시를 유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