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고문보고서 공개,민낯 드러낸 美 반인권성ㆍ잔혹성..국제문제로 확산

2014-12-10 10:38
  • 글자크기 설정

[사진 출처: CNN 동영상 캡처] CIA 고문보고서 공개 CIA 고문보고서 공개 CIA 고문보고서 공개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잔혹한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된 것을 계기로 그 동안 세계 경찰국가로서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반인권성과 잔혹성이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걸핏하면 다른 나라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장하라며 큰 소리치며 인권을 앞세워 북한 등을 압박해 왔던 미국 자신이 상상을 초월한 잔혹한 고문을 자행해 온 것이 밝혀지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은 급격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유엔에서는 이번 고문을 자행한 사람을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에서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과거 부시 행정부의 고위층이 지휘한 정책에 따라 조직적 범죄와 국제 인권법에 대한 엄청난 침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며 “오늘 보고서에서 드러난 범죄 모의 책임자들은 재판에 회부돼 그 범죄의 위중함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보고서에서 드러난 정책들이 미국 정부 고위층에게서 승인받았다는 사실은 일절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형사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국제법은 고문 행위에 연루된 공직자들을 면책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고문 가해자는 물론 이런 범죄를 입안, 계획, 승인한 미국 정부 내 고위 관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미국이 9ㆍ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많은 올바른 일들을 했지만, 일부 행동(CIA 고문)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고 광범위한 대(對)테러 대책 노력과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며 “이런 가혹한 고문은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에 중대한 타격을 주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앞으로는 절대 이런 방법(고문)에 의지하지 않도록 내 권한을 계속 행사하려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에는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는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했다. 그러나 정작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를 제대로 얻지는 못했다.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IA 불법 고문의 대표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게 변형돼 사용됐다. '워터보딩'은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후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게 고문 행위자는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했다. 고문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게 막아 고문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게 하기도 했다.
CIA 자체 기준에 따르면 워터보딩의 최대 지속 시간은 20분인데 실제로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했다. 특정 대상자에게 최소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고문도 자행됐다. 주로 대상자의 직장(直腸)으로 물을 주입했다.

고문 대상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고문도 자행됐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낸 후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는다. 그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했다.

구타와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고문들도 행해졌다. 이런 고문들은 지속적으로 혼합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용의자를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을 의미하는 ‘러시안룰렛’과 전동 드릴 등도 고문에 동원됐다.

대상자의 눈을 가리고 총구를 대상자의 머리에 댄 후 대상자의 몸 가까운 곳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시키는가 하면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고문 행위자는 고문 대상자가 7일 이상 잠들지 못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한 고문 대상자에게 길게는 17일 연속으로 고문이 자행되기도 했다.

고문 도중 사람이 죽기까지 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고문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하고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고문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고문을 했다.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