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미국 건국 이후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6년이 경과했지만 미국 국민들 중 과반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인종 갈등이 악화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폴리틱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3∼5일(현지시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한 후 미국 내 인종 간 관계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렇게 답한 응답자 중 흑인은 45%, 백인은 56%였다.
미 국민 중 거의 90%가 흑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 내 인종 갈등이 악화됐거나 나아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지만 근저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인종 간 양극화에 대한 실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백년 동안 지속돼 온 인종 차별이 인종 간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고착화시켜 흑인 대통령이 취임해도 완화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일부 공개된 흑인 케이블 채널 '베트 네트워크'(BET Networks)의 인터뷰 발췌록에서 인종 갈등에 대해 “이 문제는 하룻밤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우리 사회와 우리 역사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흑인을 사망하게 한 경찰에 대해 잇따라 불기소 결정이 내려져 항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가 그동안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번 사건을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 일어난 사건과 5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여러분의 부모나 조부모, 삼촌들에게 물어보면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