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군대화된'(militarized) 경찰문화를 원치 않는다며 경찰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2일 밝혔다. 퍼거슨 사태로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빚어지면서다.
또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피부색이나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인 '인종 프로파일링'의 종식을 목표로 한 법무부 지침을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현대식 치안활동 연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각료회의에서는 3년 일정의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미 의회에 총 2억6300만달러(약 2921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의회에 요청한 예산 가운데 7500만달러는 보디캠 5만여 대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예산은 현대식 치안활동 연구 TF 활동, 경찰 구조 개선, 경찰훈련 확대 등의 예산으로 투입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디캠 도입 확대는 비무장 10대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해당 경관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퍼거슨 소요 사태가 백인 경찰과 흑인 사회 간 '뿌리깊은 불신'으로 더 악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홀더 장관도 이날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목회활동을 한 애틀랜타 애버니저 침례교회를 방문해 인종 프로파일링을 중단할 목적으로 법무부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지침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침이 "인종 프로파일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엄격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높은 기준의 공정하고 효과적인 치안 활동에 대한 우리의 다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될 것"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 진압 경찰의 '군(軍)수준 중무장' 논란과 관련, 남아도는 군 장비를 경찰에 공급하는 국방부의 이른바 '1033 프로그램'을 폐지하지는 않는 대신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브라운 사망 직후 발생한 첫 퍼거슨 소요 당시 1033 프로그램의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초점은 1033 프로그램 폐지 법안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역 경찰에 공급된 군 장비의 안전한 사용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관련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소형 화기 9만2442자루, 야간투시경 4만4275개, 험비 트럭 5235대, 비행기 616대를 비롯해 군 장비 46만여점이 경찰에 양도됐다.
백악관은 "인권과 시민권을 보호·존중하는 경찰의 훈련 또는 군 장비의 안전한 사용에 관한 훈련이 제도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 프로그램이 대부분 유용한 목적에 맞게 적용됐지만 그럼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관리감독상의 일관성을 더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향후 120일 안에 1033 프로그램의 관리감독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각료회의에 이어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권운동가 등 시민단체 대표들과 경찰 수뇌부를 비롯한 법 집행 관리들과 각각 회동을 하고 흑백갈등 해결 방안을 포함해 퍼거슨 사태 해법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