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금융권 '아우성'

2014-11-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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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대면서 상당수 금융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카드·보험사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대부분인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위가 마련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 금융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모범규준으로 인해 연말 인사와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도 차질이 생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인 금융사들은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모범규준에 따라 지배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선정, 사외이사 감시·평가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다음달 10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을 통해 금융사가 CEO 및 임원 추천을 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설치, 상시 운영하고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CEO·임원 선임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또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매년 사외이사 자체평가를 실시토록 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 "주주 권한 침해"

무엇보다 사외이사 중심의 임추위를 통해 CEO 및 임원 후보를 추천토록 한 조항을 두고 오너가 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 금융사는 기업 오너가 계열 금융사 CEO 및 임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면 오히려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라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모범규준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보다는 되레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주의 원칙 및 상법상 주식회사의 임원이나 CEO는 주주에 의해 선임되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한 채 임추위가 CEO와 임원을 추천토록 한 것은 주주의 본질적 권한을 침해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대주주가 없어 투명한 CEO·임원 선임을 위해 규제가 필요할 수 있지만 대주주가 경영하는 비은행권에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또 상장사의 경우 주주명부 폐쇄,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공시 등 CEO 선임을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30일 이내에 CEO나 임원을 선임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2년마다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한국지배구조원,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을 비롯해 민간연구소와 회계법인, 로펌 등이 외부 평가기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사외이사를 평가할 외부기관도 마땅치 않은 데다 사외이사들의 기업 내부 경영활동을 외부기관이 평가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외부 평가기관들도 이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외부 평가기관으로 예상된 업계 관계자는 "평가자체를 위한 정보도 많지 않다"며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해당 사외이사를 내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금융당국 요구에 '끙끙'

제2금융권 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역시 금융위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승인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금융위가 마뜩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경영관리능력을 검토해야 하고, 그에 대한 판단이 서야 하는데 최근까지 이뤄진 (KB금융의) 지배구조나 내부통제를 보면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이 지난 12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취임식 전날인 지난 20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사퇴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위가 금융감독원의 부분검사를 통해 다음달 중순 승인여부를 결정키로 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KB금융 TFT가 빠른 시일 내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때문에 KB금융은 대안으로 사외이사 대부분의 사퇴를 이끌어 내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KB금융 일부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 대해 관치금융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식화한 만큼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는 이상 인수작업에 상당한 고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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