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목사님 세금 좀..." 종교인 과세 설득 또 불발…기재위 "연내추진 계속"

2014-11-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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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때 논의 시작 아직도 오리무중…조세소위 "더 설득해 논의 진행"

정치권 결단력 부족으로 일정만 끌어…정부 "법처리 노력" 제자리 뛰기만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방침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다시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4일 국회에서 각계 대표 종교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교계의 입장을 들었지만 일부 기독교계 대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설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기재위는 위원회 차원의 설득 노력을 계속해 연내 소득세법 처리를 추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석훈 소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종교인 소득 항목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종교계에 설명드렸고, 천주교와 불교는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을 지속 견지했다"며 "많은 개신교계에선 찬성했지만 일부는 반대해 정부가 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정기국회내 과세가 된다 안된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용이 잘 전달 안된 부분이 있어 추가로 전달하고 의견을 구할 것"이라며 "종교인들이 우리 사회에 갖는 특성이 있어 그 분들의 동의를 받는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를 올해 매듭짓기로 결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두보고까지 진행했지만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로 또다시 관련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정부는 이에 별도의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 소득에 따라 차등세율(과세표준의 6~38%)을 적용하고 소득공제도 인정하는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세정가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종교인 과세에 국민적인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본다"면서도 "우리는 법대로 집행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종교인 과세 논의 시작

종교인 과세 논란은 지난 2006년 참여정부시절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국세청은 옛 재정경제부에 종교인 과세가 가능한지 질의했고 재경부는 과세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논의는 이내 사그러들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여건이 나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이후 논의가 잠잠했던 종교인 과세에 대해 2012년초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면서 논의가 재점화됐다. [사진=아주경제 DB]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한 것은 2012년 초부터다.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면서 논의가 재점화됐다.

같은해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에는 발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박 전 장관은 "현행법상 종교인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자발적으로 낸 종교인의 납세분을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 

이후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 추진에 대해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전에 정부와 종교계 인사들과 서너 차례 협상했고, 종교계가 과세 자체에 거부할 수 없는 사회 여론도 이때 조성됐다.

◇ 정부, 여론·종교계 살피며 과세카드 '만지작'

해를 넘긴 2013년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추진에 대해 일단 우호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월 기자회견에서 "(불교계는) 과세를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3년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추진에 대해 일단 우호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사진은 올해 방한때 꽃동네 희망의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사진=아주경제 DB]


진보적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도 같은달 15일 "하루빨리 목회자 납세 문제가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는 지난 1994년부터 교구가 매월 갑근세 신고 때 의료보험료를 원천징수해 사제들에 대한 의료보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 신부들은 소속 교구에서 월급을 받고 있으나 소속 교구와 근무연수에 따라 약 90~200만원가량의 월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의 한 관계자도 “성직자들도 월급을 받으니 세금 납부의 의무가 있다는 천주교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다른 교회나 종교 단체들도 재무제표도 다 공개하는 등 재정 부분에 관한 투명 처리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2012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과세 기술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표면적 이유가 나왔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보수 기독교계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의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빠진 종교인 과세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기재부는 일년을 묵힌뒤 2014년 청와대 업무계획 보고에서 종교인 소득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서 종교인 소득등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사진=아주경제 DB]


현오석 전 부총리도 올해 2월 국세청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서 "종교인 소득과 파생상품, 금융용역에 대한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 여야, 종교인과세법 처리 '미적' 종교계 '엇박자'도 한 몫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기획재정위에서 발이 묶였다. 6·4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으로 여야 모두가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복권 당첨금이나 뇌물과 같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하는 게 맞느냐"는 종교계의 반론이 나오면서 여야의 입법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실제 한국기독교시민총연합(CCA) 등 일부 종교단체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해 낙선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일부 종교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일부 기독교계 대표의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황으로 기재위가 밝힌 연내 처리 방침은 다시 물건너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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