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무대에서 중국의 질주가 무섭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경제성장 기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의 경제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단순가공 조립에서 고부가가치의 기술력 확보로 산업개혁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2.1%로 우리나라(3.1%)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00년 초만 해도 우리나라(2.7%)와 중국(3.9%)간 수출 점유율 차이는 1%포인트 남짓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ICT로 뻗어나가고 있다. 중국의 2006년 IT특화지수는 0.02였으나 지난해 0.12로 크게 올랐고, 이 기간 우리나라는 0.24에서 0.30으로 소폭 상승했다. 한때 ‘카피캣(모방자)’으로 치부되던 중국은 IT강국인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0.8년, IT융합 분야는 1년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를 필두로 한 인터넷 서비스 업계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교역구조를 봐도 IT산업의 성장세는 파죽지세다. 지난 9월 말 중국 수출액(1조6972억 달러) 가운데 휴대전화 등 무선 네트워크 수출액은 716억 달러로 4.22% 비중을 보여 휴대용 디지탈형 기계 등의 비중(4.42%)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의 수출액을 처음 넘어섰던 2007년에만 해도 중국의 휴대전화 등 무선 네트워크 수출액은 360억 달러로 전체의 2.96% 수준에 그쳤다.
중국 정부가 ICT를 경제 및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범용 기술로 인식하고 집중적으로 육성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ICT 전략의 핵심은 자국의 ICT 기술과 산업 발전을 통해 ICT 기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삼성의 상반기 휴대전화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하락한 25%로 주저앉았다. 지난 3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샤오미가 시장점유율 15.4%를 기록해 13.5%에 그친 삼성전자를 뛰어 넘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포함한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샤오미에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저가 전략에 기술력, 디자인까지 겸비해 비상(飛上)의 날개를 달고 있다.
특히 지난달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선거에서 중국의 '자오허우린(趙厚麟)'이 당선돼 중국의 ICT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인이 ITU 수장을 맡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 등 서구권 중심이었던 ITU 정책결정 과정이 중국 중심으로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글로벌 투자전략 연구원은 "중국은 한국과 유사한 모델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고 내수 시장규모와 산업구조는 미국과 유사한 방향을 보이면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