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17일 오후 1시 30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세계경제 장기정체론의 배경과 한국의 정책대응 방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경연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주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세계경제 장기정체론을 검토하고 새로운 정부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써 6년 전인데 세계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한다는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권 원장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 상황을 감안한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서머스 교수를 인용해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6년이 지났어도 아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회복이 된다 해도 위기 이전의 성장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세계 연평균 성장률(국제통화기금 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3년에서 2007년 기간에는 3.7%였으나 위기 이후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기간에는 2.9%에 머물고 있다. 독일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미국, 영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라는 전대미문의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장기침체론에 힘이 실린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상당 기간 세계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잠재성장 수준(추세) 하락 △잠재성장률 하향 △마이너스 성장(GDP) 격차 장기화 등을 들었다.
마이너스 성장 격차는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격차를 의미한다. 마이너스 GDP갭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과잉저축(또는 과소투자)에 기인한다. 과잉저축의 원인으로는 △제로 이하 명목금리 불가(경제학에서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실질금리 수준을 –1%로 추정), △거품기간 중 생긴 부채상환 부담 등을 들 수 있다.
주제발표에서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서머스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미국의 실제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2007년에 전망했던 2014년 잠재GDP 수준보다 10% 정도 낮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은 잠재 GDP 수준이 떨어지는 데서 생긴 것이고, 나머지는 마이너스 GDP갭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존의 경우 올해 실제 GDP 수준이 2008년에 전망했던 2014년 잠재 GDP 수준보다 15% 정도 낮으며, 이 중 10%는 잠재 GDP 수준 하락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5%는 마이너스 GDP 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잠재성장 추세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이력현상(hysteresis)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투자장기부진 △기술혁신수준이나 교육의 질 하락 등을 들었다.
노동시장 이력현상은 경기불황 장기화로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많아지는데, 경기가 회복되어도 상당수가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오 초빙연구위원은 침체된 인플레이션 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한 한국은행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기침체 상황에서 서머스 교수는 케네디 공항이라도 보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기과제로는 △근로자 이력현상 방지 위한 2차 노동시장(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활성화 △실효성 있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기술혁신과 창의적 교육정책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