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정부, 중국·일본 반응에 '촉각'

2014-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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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고립 우려속 APEC서 중일과 적극대화…외교부, 제 목소리 내기 '고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에이펙 정상회의를 비롯해 아세안 + 3회의, 그리고 G20 회의까지 펼친 외교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무엇보다 이번 다자외교무대에서 역내 대결구도를 보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 아베 총리 사이에서 이른바 실리 외교를 펼치는 등 한국 외교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 새판짜기의 논의를 중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우리가 의제를 치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향후 펼쳐질 역내 외교전에서 우리의 카드를 다 보여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한중일 외교장관·정상 회담 제의 '성과' 

박 대통령의 외교 본능은 APEC 갈라만찬에서 시작됐다.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아베 총리와 긴 시간 대화를 하면서 한일간의 가장 큰 현안인 일본 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양국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진전시키자는데 의견일치를 이루는 등 사실상 '미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다자외교무대에서 역내 대결구도를 보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 아베 총리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펼치는 등 한국 외교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 오른쪽).[사진=청와대]


장소를 네피도로 옮겨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한·중·일 3국의 정상회담 개최를 깜짝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지난 9월 서울에서 한·중·일 3국 고위관리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머지 않은 장래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고, 이를 토대로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나란히 참석한 가운데 장기간 표류해온 한중일 정상회담 카드를 전격 꺼내든 것이다.

한중일 3국은 매년 2차례 정도의 정상회의를 열어왔지만 일본의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급격한 우경화 행보로 인한 한·중과의 과거사 및 영토 갈등으로 인해 2012년 5월 이후 회담을 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은 장기적인 경색국면에 빠져든 3국 관계의 변화 조짐 등 동북아 '새판짜기'의 움직임에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2년 동안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던 중국과 일본은 허를 찔린셈이 됐다. 
 

다자외교무대에서 동북아정세의 새판짜기가 시진핑(習近平)주석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아베 일본총리.[사진=아주경제 DB]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관련,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면 자연스럽게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동북아 역학구도 '중국vs일본 대결구도'는 과제

그러나 이번 동북아정세의 새판짜기는 APEC회의때 시진핑(習近平)주석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촉발됐다는데 우리 외교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즉 역내 안정에 대한 논의가 중국과 일본이 주도하면서 한국의 외교고립 우려가 제기되자 박 대통령이 연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 필요성과 한·중·일 정상회담 연계 카드까지 꺼내든 셈이다. 

사실상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외교적 카드를 다 보여준 셈이어서 중국과 일본의 향후 대응에따라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순조롭다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이르면 내년초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연내 열릴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가 정상회의의 개최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3국이 어떻게든 정상회의 성사를 목표로 한다면 협의 과정에서 민감한 현안은 적절히 타협하면서 결과 도출에 매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의가 장기간 중단된 배경에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 갈등에 불만을 품은 중국 측의 거부가 가장 크게 자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의가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중일정상회담 성사의 배경이 됐던 지난 7일 '관계개선 4대 원칙'에 포함된 센카쿠 관련 문구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서로 이견을 표출하며 갈등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대해 외교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과 정상회담까지 제의한 상황으로 정부는 중국, 일본과 무난한 상황을 끌고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현재 한중관계는 괜찮은 편이지만 일본과는 수시로 갈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가 싸울 때는 싸워야 하지만 일본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더 좋은 상황이 올 때까지 참고 갈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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