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에 따르면 한·중 FTA 타결 이후 우리 기업들로서는 중국 수출액 중 연간 9조4000억원의 품목관세가 사라진다. 기업들은 또 10년 후에는 연간 50조원 정도의 무관세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아울러 경제규모 세계 2위인 중국과의 FTA는 중국을 제 2의 내수시장으로 선점할 기회의 땅으로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이 곧 한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한·중·일 아태지역 내 경제협력 및 동북아 지역 통합 활성화의 움직임에 우리나라가 핵심축이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계 각국의 기업유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될 정도로 각 나라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고용 창출을 위한 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중국 기업 간 샌드위치 신세로 제조업 기반도 다소 취약하다.
한·중 FTA가 이런 제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반해서 국내 생산기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제조업 육성은 반드시 국내 생산기반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많은 우리 기업들은 중국진출 20년을 맞으면서 중국 기업들과 버거운 경쟁을 해왔다. 대륙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는 기업들도 상당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는 모습이다. CEO스코어가 공개한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 중 해외 실적을 공시한 회사 38개의 중국 매출을 보면 2011~2013년 3년간 총 145조15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중국 매출은 2011년 108조원에서 2012년 130조9000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 145조원으로 늘었다. 2년만에 무려 34.6%가 급증한 수준이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주력 수출산업 현지화에 따라 한국의 제조기반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우리 산업이 그렇게 많이 현지에 진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FTA라고 하는 툴을 이용해 보다 더 한국에 기지를 두고 수출하는 등 일단 중국에 들어가서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수출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전략을 이미 채택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주력 수출산업이 100% 현지화되는 건 아니다”면서 “FTA는 경쟁을 좀 더 빠르게 하는 등 경제환경 더 커지는 것으로 중국한테 캐치업되는 상황이 빠르게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우려는 오늘 내일 나온 것이 아니라 계속 나오는 얘기”라며 “한·중 FTA가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중투자를 살펴보면 제조업 90%가 대기업 위주로FTA에 의한 개방이 중소기업의 위기를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 다만 대기업의 기술 유출 등 현지화 문제 부분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시장 잠식우려에 대해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으나 산업 쪽에서는 아직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다”며 “FTA를 열었어도 5~10년 관세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 정부와 기업은 그런 부분을 환경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