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30개월간 끌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0일 전격적으로 타결될 수 있었던 데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랜 친분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이 저장성(浙江省) 서기였던 시절인 지난 2005년 첫 만남을 가진 후 9년간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 불릴 만큼 남다른 인연을 유지해왔다.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해 1월에도 주변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에 특사를 보내 친서를 전달했고,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말 장문의 친서로 화답했다.
두 정상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중 FTA 협상이 양측 간 여러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실제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두 정상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한·중 FTA 협상팀이 협상을 조속히 다음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그 결과 당시 1단계 협상에서 맴돌던 FTA는 이러한 문구가 공동성명에 적시된 지 3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7차 협상에서 '품목수 90%, 수입액 85% 개방에 합의' 내용을 골자로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초 시 주석이 국빈 방한했을 때도 두 정상은 협상 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정상은 당시 공동성명에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문구를 집어넣는 데 합의했다.
2단계로 넘어가 4차례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농업 부문을 보호하겠다는 우리 측 입장과 석유화학이나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민감한 입장을 보이는 중국 간에 이견 차가 컸던 상황이었다.
양국은 지난 6일부터 14차 협상을 진행했고, 협상 수석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빅딜'을 시도했지만, 공산품·농수산물의 개방 범위와 수위, 원산지 규정 등 마지막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특히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하고도 쟁점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양국 협상팀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2시간여 앞두고 최종 협상을 진행, 마지막 남은 쟁점을 놓고 합의를 도출해 냈다.
두 정상이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하게 된 것도 이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