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양성모·윤태구·정치연·이재영·박현준 기자 = “꽌시(关系), 한류(韓流)에 의존하려는 구태를 버려라. 이제는 진정 중국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심정으로 그들을 우리와 동등한 위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년 중국사업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국내 주요 대기업에 떨어진 특명이다. 그동안 재계 총수들은 중국을 ‘동반자’라고 표현해왔지만 이제 다르다. 한 단계 격상시켜 ‘동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상위 5대 그룹들은 중국의 대외개방 정책에 맞춰 현지 진출 30여년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하며 상당한 수준의 위상을 갖추며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불과 수년전부터 이들 기업들의 중국 사업은 정체상황을 보이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제조업 기지로만 활용하거나, 자원개발에만 치중한 바람에 내수 시장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편중된 사업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은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에 의해 수도 없이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현실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는 “중국을 대하는 직원 개개인의 가슴속에 여전히 ‘중국인들은 항상 우리보다 한 수준 낮다’는 인식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지멘스, 제네럴 일렉트릭(GE) 등 선진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에 대응하다 보니, 샤오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알리바바의 급성장을 깨닫지 못하고,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와 조선업체, 철강업체의 세 확장의 여파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을 경쟁자 자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측면도 강하게 제기됐다. 중국 사업을 전개중인 모든 국내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뼈저리게 느끼는 반성이다.
내년도 중국사업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환율 등 거시적 요소도 문제지만 자국기업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중국사업 개편의 핵심은 중국 소비자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무엇에 매력을 느끼고, 어떤 것을 선택하는 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제조업 투자 시기 때까지는 정부 고위관료들과의 꽌시만으로 시장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소비자 개개인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이 현지화를 한층 더 고도화 하겠다고 천명한 이유다. SK그룹과 포스코도 자원·에너지 개발을 기반으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그룹의 전략은 개별 상품을 넘어 중국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는 국내기업 중국 본사의 책임경영이 확대돼 현지 상황에 맞춘 스피드 경영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