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이통사와 맺은 계약의 호환성을 고려하면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앞서 맺은 계약의 견적을 새로 뽑는 과정에서 이통사들의 경쟁을 붙여 단가를 낮추고 있다. 계약 사업자를 바꿀 생각이 없는데도 일단 경쟁 입찰을 붙여 단가 하락을 유도하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비용 절감 차원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나 억대 연봉·낙하산 인사·관광성 해외출장 등으로 늘상 질타를 받고 있는 한국거래소가 방만 경영의 해소 부담을 납품 업체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2012년 이후 이동통신사와 맺은 500만원 이상의 계약 건은 총 33건으로 18건을 LG유플러스가 체결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 9건, KT 6건 순이다.
계약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2년 연속 체결된 건으로 매년 10~26% 단가가 인하됐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업자 변경에 따른 시스템 장애를 고려해 계약 체결 시 장기간 유지되나 저가 입찰과 가격 인하 요구가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작년 3월 석유전자상거래시스템 인터넷 회선 서비스를 1980만원에 계약했으나 올 3월에는 26% 인하된 1452만원에 체결했다. SK브로드밴드도 영상회의 전용회선을 작년 3월 1320만원에 서비스했으나 올해는 26% 내린 976만원에 계약했다.
LG유플러스는 2012년 11월 부산 KT-IDC 경영정보망 인터넷 회선 서비스를 2999만원에 계약, 2013년에는 16% 인하된 2574만원에 계약했다.
한국거래소 IT인프라관리팀 관계자는 "통신업자가 최초 회선을 깔 때 인터넷 주소를 받고 서버가 정해지면 업체 변경은 힘들다"며 "다만 가격을 고려해 통신사 가격 경쟁을 붙인다"고 말했다.
국가계약법은 5000만원 이하는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나 한국거래소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KRX 자체 구매시스템'을 통해 대부분 경쟁입찰에 의해 계약상대방을 선정한다.
견적 추정가 1000만원 이하는 1인 견적, 추정가 1000~2000만원은 2인 이상 견적, 2000만원 이상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한다.
통신사와 맺은 계약 관련 한국거래소 규정을 보면 제 59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와 제 64조(견적서에 의한 가격 결정 등)가 대부분 걸려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계약 규정 자체가 광범위 하지만 59조를 봤을 때 호환성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 변경보다는) 기존 업체와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거래소의 유명무실한 경쟁 입찰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다른 조항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일방적인 수의계약은 편법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가 경쟁계약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비용 감면 등으로 문제 될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통사 관계자는 “나라장터 단가는 적정 수준이 보장되나 직접 발주는 주로 가격 할인을 요구한다”며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요구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