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신임 행장(사진)은 28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책임이 많고 무거운 자리지만 겸손한 자세로 행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의 손익이 갈수록 악화되는 데다 철수설까지 거론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차분하게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한국씨티은행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박 신임 행장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으며, 연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은행장 및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했다.
박 신임 행장 역시 향후 조직개편을 탤런트 인벤토리 리뷰를 근거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어떤 장점과 결점을 가지고 있는지 해당 인사에 대해 360도 평가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영구 전 행장은 지난 14일 KB금융 차기 회장에 도전하면서 씨티은행장직을 사임한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하 전 행장은 박 신임 행장의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 선배로, 서로 각별한 사이다. 하 전 행장이 자신의 뒤를 이을 적임자로 일찌감치 박 신임 행장을 꼽기도 했다.
후임자가 정해짐에 따라 하 전 행장도 행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됐다.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이 씨티에 인수된 이후 하 전 행장만을 수장으로 둬 왔다. 합병 이후 10년 만에 첫 행장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박 신임 행장의 최우선 과제로 수익성 회복을 꼽는다. 한국씨티금융은 지난 2분기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원들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고려하더라도 씨티은행의 영업실적은 좋지 않았다.
노동조합과의 관계 개선도 숙제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박 행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27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는 본점 로비에 천막을 치고 사퇴 시까지 퇴진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박 신임 행장은 "노조와의 문제는 얘기를 들어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박 신임 행장은 "어떤 근거를 두고 자꾸 (철수설이)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낭설을 좇을 필요는 없고 우리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 신임 행장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4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 한미은행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거쳐 2007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