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인 '캐즘'에 빠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445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SDI는 1697억원으로 65.8% 감소할 전망이며, SK온은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미에 생산 기지가 없는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AMPC 수혜가 적다. 하지만 이르면 4분기 말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AMPC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 SK온의 켄터키주 공장 등도 가동을 앞두고 있어 AMPC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 혜택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업계는 이에 따른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최근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면 IRA 정책이 유지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AMPC가 전동화 전환을 촉진하고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AMPC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