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현대·기아차의 기업 혁신역량이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2014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The Most Innovative Companies 2014)'보고서에 따르면 5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삼성전자, 삼성중공업 계열 포함)과 LG전자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각각 17위, 36위를 차지했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5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22위로 순위권내에 첫 진입한 이후 2012년 10위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해 17위로 하락하는가 싶더니 올해는 50위권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2012년 13위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위안에 첫 진입했지만 지난 해 36위로 순위가 하락했고 올해는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물론 이는 비단 현대·기아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이 중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7위)와 피아트(32위)를 제외한 7개 기업은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하지만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우, 순위 하락이 급격하지 않다. 지난 해 5위에 이름을 올렸던 도요타는 올해 8위를 차지하며 3계단 하락했다. 지난 해 8위와 9위에 랭크됐던 포드와 BMW는 올해 각각 11계단과 9계단 하락한 19위, 18위를 차지했다. 지난 해 13위 였던 제너럴 모터스(GM)는 올해 13계단 하락하며 26위, 폭스바겐은 7계단 하락한 21위, 아우디는 지난 해 19위, 올해 28위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포함한 다임러는 지난 해 20위에서 올해 25위로 하락했다.
BCG에 따르면 이는 자동차 제조사 상당수가 혁신을 통한 수익창출에 확신을 갖지 못해 혁신에 대한 우선순위를 전년도 보다 낮췄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답변도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순위권에 오른 기업 중 획기적인 혁신을 달성한 기업들은 54%가 '혁신'을 최우선 순위로, 92%가 3대 우선순위로 두며 미래에 혁신이 필수과제임을 인지했다. 이들은 지적재산을 이용해 시장을 키우거나 경쟁기업을 배제하는 등 과감한 베팅을 진행하고 혁신성과 달성을 위한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는 공통점을 보였다.
올해 순위 상승폭이 가장 컸던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는 자동차산업이 주춤한 상황 속에서도 전년대비 34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이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유하며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업체가 기술특허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킴 바그너 BCG컨설턴트는 "획기적인 혁신을 달성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자신감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업무시간의 20%를 그들만의 아이디어를 위해 쓰도록 정책화하는 구글처럼, 혁신에 집중하고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