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의 주가연계증권(ELS) 원금손실(녹인, Knock-in) 가능성이 커지며 이중부담이 되고 있다.
ELS 녹인 가능성으로 헤지 물량이 쏟아져 주가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폭락한 기업들은 투자가 위축돼 경기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말과 2012년 초에 발행이 집중됐던 ELS의 만기가 최근 도래했는데 당시 기초자산으로 설정됐던 기업들이 대부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실제 ELS 손실이 확정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4분기 동안 ELS 관련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는 증시 침체 속에서 ELS들이 대거 손실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간접투자 선호 경향으로 ELS의 발행규모가 급증(34조원 이상)한 상황에서 최근 시장수익률 급락으로 추가적인 분쟁 증가가 예상된다.
운용사는 ELS 녹인 구간에 근접하면 기계적인 손절매에 나서고, 이에 대한 다른 투자자들의 헤지 물량과 공매도가 겹치는 연쇄반응까지 우려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LG화학, OCI, 에쓰오일, 현대중공업 등을 ELS 발행 비중이 높고 발행 당시 대비 주가 낙폭이 커 ELS 손실이 났거나 날 것으로 지목해왔다. 최근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도 이러한 우려가 점증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연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현대차는 연고점 대비 36% 이상 하락했다.
그동안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4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경기 둔화와 중국 경쟁 심화 등으로 주가가 부진해 ELS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녹인 구간으로 점쳐졌던 8만원대를 벗어나 한때 7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다음날 주가가 14.16%나 폭락했다. 업계는 실적이 부진했지만 이처럼 주가가 크게 하락한 데는 ELS 매물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도 한전부지 매입가 부담과 실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며 ELS 손절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14~15만원대 밑으로 떨어질 경우 ELS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지만, ELS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돼왔던 것이 사실이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은 장기간 기관이 ‘팔자’를 주도해온 공통점도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거의 3개월 동안 기관이 거의 매일 팔다시피 해왔다. 기업은 주가가 떨어지면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기업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면, 그만큼 투자여력은 감소하게 된다. 현대차는 내년 중간배당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이미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주의 몰락은 지수 하락으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