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저성장 ‘공포’… 삼성·현대차 등 시총 증발

2014-10-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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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의 성장성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출처=LG경제연구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재차 불거진 세계 경제의 불안 속에 한국 제조업에 대한 우려가 특히 커지고 있다.

최근 선진국 경기급락과 함께 산업 고도화를 추진 중인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으로 한국 제조업이 샌드위치에 끼인 형국이다. 제조업체들이 투자해온 신사업도 기존 사업과 유사한 외형성장에 치우치며 최근 경쟁심화 등으로 전망이 어둡다.

제조업의 성장정체는 곧 한국 경제 전반의 저성장을 야기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제조‧서비스 융합과 취약한 소프트웨어 육성 등의 제조업 혁신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 경제지표가 또다시 악화되는 등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경기 급락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하회하고 주요 실물지표가 하락기조를 이어가며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종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유가증권시장 종가 기준 159조5251억원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약 40조원이나 증발했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약 14조원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제조기업들이 시총 폭락세를 경험하는 추세다.

◆ 한국 제조업, 글로벌 회복세 역행

이러한 제조업 위기는 최근에 나온 얘기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 제조업의 성장성은 빠르게 둔화하며 해외 제조기업보다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LG경제연구원이 2010년부터 2014년 상반기 동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국 494개 기업과 세계 64개국 1만5254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업 경영성과를 분석했는데, 2011년 11.5%를 기록했던 한국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12년 1.2%, 2013년 3.3%로 급락했다.

반면, 전세계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12년 3.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5.1%, 2014년 상반기 4.8%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했다.

또 한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0년 15.8%에서 2014년 상반기 0.9%로 낮아졌으나, 전세계 제조기업은 2013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14년 상반기 6.0%로 한국 기업과의 차이가 벌어졌다.

◆ 신사업도 ‘규모의 경제’… 성장판 닫혀

한국 제조업의 성장판도 부실하다. 제조업체들은 신사업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수반한 외형성장에 치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태양광, 전기차, 전자소재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산업은 초기엔 블루오션이었으나 갈수록 경쟁이 심화돼 막대한 투자 대비 이익실현이 지연되고 있다.

유가급락이 커다란 복병으로 작용했다. 태양광이나 전기차는 고유가를 대체할 대체에너지로서 유가가 떨어지면 개발 동력이 약해진다.

최근 유가하락은 수요 침체 영향도 있지만, 지난 9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총 원유 생산량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동 국가들이 대체에너지 견제 차 의도적으로 유가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 등의 경제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대체에너지는 그리드패리티(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 달성을 위해 한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할 딜레마를 보이는 등 제조업 전반의 신성장동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의 경우 부품소재 시황이 오랫동안 손익분기점 근처를 못 벗어나는 등 삼성이 관련 제조업체를 매각하며 발을 빼기도 했다. 전기차도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제조업이 배터리 개발을 주도해왔지만 여전히 적자를 보는 형편이다. 정보전자소재는 엔화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과의 경쟁심화가 부각되고 있다.

◆ 유형자산 위주 제조업, 혁신 필요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한국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무형자산보다는 유형자산 비중이 큰 구조를 갖고 있다”며 “유형자산 비중이 큰 기업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탄력적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혁신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 전수봉 본부장은 “최근 국제사회의 경쟁은 개별기업 차원의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 기업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부품·뿌리산업 육성, 제조지원 서비스 산업 육성, 산학연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참여그룹 간 팀플레이와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 한국의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분야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지만 소프트웨어, 바이오 분야는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등 산업 간 경쟁력과 발전 수준의 격차가 크다”면서 “한국 제조업 내 쏠림현상이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간 격차 등 불균형이 완화되는 방향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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