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최대 금융그룹을 효율적으로 이끌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하고,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수장을 선임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KB사태로 사기가 저하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조직의 단결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물론 저금리·저수익 환경에서 실적을 끌어올리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직개편·행장 선임…어떻게 진행되나
KB금융 조직개편 방향, 국민은행장 겸임 내지 선임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KB금융 조직 편제는 1연구소, 11부, 1실, 1국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임영록 전 회장이 취임할 당시 12부였지만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를 위해 시너지추진부를 폐지해 11부로 조직을 축소했다.
KB사태로 임 전 회장을 비롯해 일부 임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임원은 윤웅원 부사장을 비롯해 김용수 부사장, 이기범 전무, 김재열 전무, 김상환 상무, 정민규 상무, 조경엽 상무, 양종희 상무, 최규설 상무 등 총 9명이었다.
현재는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을 비롯해 이기범 전무, 김상환 상무, 정민규 상무, 조경엽 상무, 양종희 상무, 최규설 상무 등이 자리에 남아 있다. 새 회장의 취임과 함께 임원진도 새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 임원들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임 전 회장 취임과 동시에 폐지했던 사장직 부활 여부도 관심사다. 임 전 회장은 당시 조직 슬림화 및 지주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사장직을 폐지했다. 다만, 전 금융권에서 지주사 사장직이 거의 폐지됐기 때문에 KB금융 역시 사장직을 부활시킬 가능성은 낮다.
회장의 국민은행장 겸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윤 내정자는 이사회와 상의한 뒤 겸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내정자는 "행장 겸직은 제도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라며 "현재 상황과 여건에서 어떤 운영체계가 KB금융에 좋은지 이사회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소통과 실적...'두 마리 토끼' 잡기
사실 현 시점에서 KB금융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조직 개선이 아니라 조직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다. 윤 내정자의 최대 임무는 직원들과 소통에 성공하면서 KB금융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위원장은 "직원들의 자존심 회복이 위기 극복을 위한 첫 과제"라며 "모든 직원들이 나중에 자신도 행장이 되고 회장도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조직 자체가 허물어졌고,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올바로 파악해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CEO에게서 실적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원이다. 우리은행이 대기업 부실을 털어내면서 거둔 5267억원의 순이익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기업은행(5778억원)에도 밀렸다. 반면 최대 경쟁사인 신한은행은 84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순이익을 합치면 8658억원으로, 역시 국민은행을 앞섰다. 국민은행으로선 충격적인 실적이다.
조 대표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화 할 수 있도록 경영전략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며 "조직을 안정시키면서 1위 금융그룹이란 명성에 걸맞게 실적을 향상시키는 것도 내정자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소위 낙하산 경영자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하려는 특징을 보이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윤 내정자는 KB금융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