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차기 이사장으로 성상철(65·사진) 전 대한병원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익단체 수장을 맡았던 인물이 이사장이 될 경우 공단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내정자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이사장 선정에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차기 이사장 선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이미 특정 후보자가 내정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목되는 인사는 성상철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다.
그는 서울대병원장 출신으로 2010년부터 2년간 병원계 이익단체인 병원협회장을 지냈다. 병원협회장을 맡는 동안 건보공단과 병원계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협상을 벌였다.
야당은 병원계 이익을 대변했던 사람이 사회보험을 다루는 건보공단의 수장에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3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료기관을 대표해 건보공단과 수가협상을 맡았던 사람이 내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병원 경영자 출신이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공단 수장이 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복지부는 병원 경영인 출신이 건보공단 이사장이 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공급자 대표로 수가협상을 진행했던 병원 경영자 출신이라고 해서 중립성을 헤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다각적으로 봐야 할 일이지만 사전적으로 안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성 교수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차기 이사장 선정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실장과 성 교수는 경남고 선·후배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도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김 실장이 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2013년 성 교수는 이사직을 맡았다. 성 교수는 지금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다. 10·26 당시 국군서울지구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재직했던 성 교수는 피격당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직접 치료했다.
성 교수의 장인은 박 전 대통령 시절 실세로 불리던 신현확 전 국무총리다. 신 전 총리는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1977년 건강보험제도를 국내에 도입했다.
한편, 건보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17일 면접심사를 거쳐 3명의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복지부 장관은 이 가운데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차기 이사장을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