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55% 재벌계열사 차지

2014-10-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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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시장 5:3:2구조 재현 우려…중소업체 활성화 등 대책 시급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저가 알뜰폰(MVNO) 시장의 재벌(대기업 집단) 계열사 점유율이 8월 말 현재 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7월 알뜰폰 사업이 시작된 이후 재벌 계열사 점유율 50% 초과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지난 7월 알뜰폰 시장 진출이 허용된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가입자를 늘리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인천 계양을)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8월말 현재 알뜰폰 가입자 380여만 명 중 1위 CJ헬로비전(CJ) 77만, 2위 SK텔링크(SK) 63만 명 등 8개 재벌그룹 10개 계열사 가입자가 54.8%인 213만 명에 달하였다.
삼성 에스원의 경우 일반 알뜰폰 사업과 함께 방범사업에 알뜰폰망을 활용하고 있는 데 가입자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제출 자료 분석 결과 적어도 30만 명 이상으로 3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태광계열사인 KCT 16만에 이어 KT파워텔 5만9000, KTIS 5만3000 등 KT계열사들이 나란히 5~6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KT계열사인 KT텔레캅은 2만5000, 이마트(신세계)는 4만1000, 7월부터 알뜰폰에 진출한 미디어로그(LG)는 2만5000명을 각각 기록했다.

최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재벌계열사 점유율이 50%를 넘은 것은 올해 초부터이다. 알뜰폰 사업이 개시된 2011년 말 10.8%로 시작해 1년만인 2012년 말 30.9%, 다시 1년 뒤인 2013년 말 49.7%를 기록하는 등 재벌계열사들이 알뜰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온 것이다.

지난 7월 이통3사 알뜰폰 진출 허용 이후 이들 자회사의 가입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K텔링크 6만1000명, KTIS 5만3000명, 미디어로그 2만4천명 등 이통3사 자회사는 두 달 동안 14만 명 가까이를 모집하여 같은 기간 알뜰폰 전체 순증 가입자의 35%에 달했다. 이통사 자회사의 점유율도 16.4%에서 18.3%로 1.9% 증가하였다.

이통사 진출이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평소의 두 배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유치함으로써 알뜰폰 시장을 대리 영업장으로 활용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LGU+가 영업정지 기간(8월27~9월2일) 동안 8월 한 달 1일 평균 가입자 834명의 1.8배에 달하는 1,482명을 모집하였고, SKT역시 영업정지 기간(9월11~17일) 동안 8월 한 달 1일 평균 가입자 1440명의 1.7배인 2420명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사 알뜰폰 진출을 허용하면서 모기업의 유통망을 이용한 영업활동 금지 등의 등록조건을 부과하였으나 현재까지 등록조건 위반 사항을 적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를 방치할 경우 이동통신시장에 고착화된 5:3:2 구조가 알뜰폰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1년 7월 제도가 도입된 알뜰폰 시장은 가입자수가 58만 명(’11) → 127만 명(’12) → 248만명(’13)으로 해마다 두 배로 늘어난 데 이어, 매출액도 2012년 말 673억 원에서 지난 해 말 1456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알뜰폰 가입자 비율도 1.1%(’11) → 2.4%(’12)→ 4.5%(’13)로 점차 증가하였고 8월 현재 6.9% 389만 명으로 4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알뜰폰 시장의 확대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30% 안팎의 싼 요금제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인데 이는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1년 7월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관련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150억 원 규모의 3년 치 전파사용료 면제, 번호이동 처리 전산개발 비용 면제, 도매대가 인하,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을 2016년 9월까지 3년간 연장, 망내 음성 무제한 요금제 등 신상품을 비롯 LTE서비스․컬러링․MMS 등 도매제공의무 서비스 확대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 부었고, 지난 해 부터는 우체국 제휴판매도 시작하였다.

그러나 알뜰폰 시장이 재벌 계열사의 과점체제로 굳어질 경우 사업자간 경쟁이 둔화되어 통신요금 인하와 가계 통신비 절감도 어려워질뿐더러 중소기업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최원식 의원은 “재벌계열사가 알뜰폰 시장을 지나치게 점유하게 되는 추세를 방치할 경우 5:3:2구조가 고착화돼 가계통신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동통신시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벌계열사의 지나친 점유를 제한하고 중소알뜰폰업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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