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등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 중인 박근혜 정부가 끊임없는 낙하산 관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세월호 사고 이후 대국민담화에서 공공기관에 관료출신을 내리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5개월 만에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설 자리를 잃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부터 시작에 지난 6·4 지방선거 공천에서 탈락한 전 정치인까지 ‘보은인사’로 공공기관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해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 일면을 봐도 정피아 출신 기관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공공기관에 보은인사격인 낙하산 기관장이 절대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32개 중 12명이 정치권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는 전·현직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원, 18대 대통령당선인 비서실 홍보실장 등 새누리당과 연계된 정치권 출신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김오연 코레일네트웍스(국토교통부 소속) 사장은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출신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금융위원회) 회장 역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냈다. 또 변추석 한국관광공사(문화체육관광부) 사장은 18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3명의 기관장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이밖에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원덕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 회장,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은 모두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공공기관 내 감사로 보직을 확대하면 더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은 감사 3명 중 1명이 정치권 출신이다.
현재 감사가 선임돼 있는 39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 36%인 14개 공공기관 감사가 정치권 출신 인사다. 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돕거나 여당 관계자들이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감사는 새누리당 서울 강북을 당협위원장을 지낸 안홍렬씨가 맡고 있고 남부발전, 서부발전, 동서발전 등 발전자회사들도 정치권 출신 감사를 임명했다.
한국석유관리원 유선기 감사는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냈고 한국전력기술 김장수 감사는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 여론조사팀장을 거쳤다. 이밖에 한국가스기술공사, 한전KDN,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이 정치인 출신 감사를 두고 있다.
백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공기관 감사는 기관장을 견제하고 기관 업무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부적절한 인사가 감사를 맡게 되면 견제기능이 제몫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부실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