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헐값으로 판다는 논란이 제기돼서다. 삼성전기 실적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점 또한 부담스럽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 주가는 삼성SDS에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내놓은 9월 30일부터 이날까지 5만900원에서 4만5900원으로 9.82% 내렸다.
삼성전기 주가가 5만원을 밑돈 것은 200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2일에는 4만535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삼성SDS 상장을 앞두고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처럼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SDS 주가가 오는 11월로 잡힌 기업공개(IPO) 이후 더 뛸 수 있는데도 삼성전기가 너무 싼 값에 처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주매출은 말그대로 새로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기존 주주 지분만 공모로 파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기가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은 공모가 수준으로 제한된다.
삼성SDS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삼성전기에서 보유한 삼성SDS 지분(7.88%, 약 610만 주)만 구주매출로 공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주요주주인 삼성전자(22.58%)나 삼성물산(17.08%), 이재용 부회장(11.25%)은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는다.
삼성SDS 주가는 최근 한국장외시장(K-OTC)에서 31만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장외시장가를 기준으로 잡으면 삼성전기가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은 2조원 수준까지 높아지게 돼 논란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실적도 부진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363억원, 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반기도 전망이 어둡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기에 대해 3분기 약 54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래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에 대해 "삼성SDS 장외가가 예상 공모가보다 높다는 점이나 부진한 실적,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실적 둔화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주매출에서 빠진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은 똑같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낙폭이 크지 않다. 이런 약세 역시 삼성SDS 상장 이슈 탓이 아닌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 영향으로 풀이됐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건설업종 이슈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라며 "삼성SDS 상장 수혜를 비롯해 호재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