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시각으로 25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다자외교의 꽃'인 유엔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여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며 "그럴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핵 문제와 함께 동북아에서 역사와 영토, 해양안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나 위협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 문제 중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했다.
박 대통령은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만큼 탈북민 인권문제를 고리로 중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바로 앞에 위치한 북한 대표부 좌석에는 리수용 외무상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이 자리해 처음부터 끝까지 연설을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색된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풀 전제조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간접적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절대빈곤과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 당면과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방안을 설명한 뒤 한반도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며, 유엔이 앞장서 DMZ(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은 22차례 언급했다. 또 북한(16차례), 인권(14차례), 한반도(10차례), 통일(6차례) 등 박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주제와 관련된 단어들도 자주 언급됐다.
지난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1991년,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2005년), 이명박 전 대통령(2009년) 등에 이어 이번이 7번째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의 안보리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에 이사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및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 문제와 관련, "대한민국은 엄격한 법집행과 효과적인 자금출처 차단 등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상이 안보리에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등 뉴욕 주요 연구기관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국제적으로 여러 도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북핵문제 등 도전 과제에 대해 창의적인 대응과 다원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